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보험가입자가 다른 서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보험설계사에 보안카드나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경우 설계사가 이를 악용해 보험계약대출을 받는 경우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사가 고령의 보험계약자의 주민등록번호, 송금지정계좌번호 및 비밀번호, ARS 서비스 비밀번호 등을 알고 보험회사의 ARS로 전화해 자신이 보험계약자인 것처럼 속여 보험계약대출을 받는 식이다.
약관대출은 보험가입자가 계약한 보험상품의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험사는 특별한 위험부담이 없기 때문에 다른 대출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지 않다. 또한 전화나 온라인을 통해서도 약관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안카드나 비밀번호 등을 설계사가 알고 있는 경우 이러한 문제에 노출되기는 더욱 쉽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가입자 외의 제3자가 임의로 약관대출을 받은 경우 보험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보험가입자가 설계사 등에게 가급적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않아야 하고 불가피하게 알려주더라도 보안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계약자와 설계사 둘 사이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험사로서도 별달리 막을 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사 교육이나 안내 등을 철저히 하고 있지만, 설계사와 계약자 사이에 오가는 모든 대화나 행동을 보험사가 일일이 감시할 수도 없는 일이라 사건이 터지기 전에 보험사가 이를 알고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에서는 보험회사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를 강화하라는 방침을 전하고 있지만 별다른 감독이나 해결 방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
금감원 법무실 관계자는 “대부분의 사건들이 법원까지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 임의대출과 관련해 정확한 통계를 낼 수는 없으나 이러한 일이 꽤 발생하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담당부서에서도 보험사에 유선상(구두상)으로 내부통제강화를 지시하는 정도다”고 말했다.
보험사는 분기별로 계약자에게 납입내역 등 계약관리 내용을 알릴 의무가 있어 이를 우편이나 메일을 통해 계약자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대출이나 가입자의 문의사항 등에 대해서도 문자로 알리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도 역시 계약자들이 확인하지 않거나 문자통보를 거부한 경우 개인정보법상 위배되기 때문에 알릴 방법이 없다고 업계는 토로했다.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계약 역시 가입 후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나 증권사의 거래처럼 항상 경각심을 가지고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미리내 기자 pannil@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