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입법예고 후 18대 국회 때 김영선, 권택기, 박선숙 등 세 의원의 경우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금융감독원과 별도 기구로 둬야 한다는 공통점을 나타낸 바 있다. 아직 19대 국회에서는 의원 입법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금융위원회가 국무회의 통과에 따라 지난 6일 국회에 정부 안을 제출해 놓았기 때문에 금융소비자 보호 법 제정을 둘러싼 공방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 금감원 내 보호원 고수한 정부
정부가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안과 쌍으로 제출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제57조의2 및 제57조의3을 신설, “금융소비자의 권익 증진 및 금융분쟁의 공정한 조정을 위하여 금융감독원에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설립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 원장 1명과 부원장 1명을 두도록 하며, 원장의 임기는 3년으로 하도록”했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둬서 금융소비자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 보호 감독체계가 구축되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증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을 담았다. 시민사회단체 중에는 당연히 독립기구로 세워야 한다는 의견을 낸 곳이 많다. 의원 입법안 역시 대다수가 동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금융소비자보호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업무보고를 반복했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만족도가 낮다는 점 때문에 독립기구 선호도는 18대 때도 여야 가리지 않고 높았다.
◇ 쌍봉형 체제로 이원화하는 일 쉽지만은 않아
학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아예 금융감독체제를 ‘쌍봉형(Twin-peak)’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금까지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건전성과 영업행위 두 방면 모두 감독하고 경영지도를 행하는 단봉체제(Single-peak)였던 시대의 막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봉이냐 쌍봉이냐 논의는 사실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감독체제 전반에 걸친 재설계를 전제로 소비자보호 법제도 정비를 비롯해 혁신에 나서도록 할 것인지 현재 체제 틀을 유지한 속에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를 두고 세밀화할 것인지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우리나라의 대륙법적 전통과 감독기구에 대한 신뢰 결여, 소송제도 미발달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쌍봉 체제가 잘 작동하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실적 문제 또한 있다. 보호원에서 일할 인력들의 급여를 비롯해 운영경비 등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금융감독원과 따로 존재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이슈다. 18대 때 독립기구로 한다는 법안을 내놓은 의원 입법안에선 재원을 놓고 정부출연금, 지자체 출연금, 금융기관 출연금 등을 거론한 바 있다.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은 없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소비자보호 관련 인력과 예산을 넘겨받는 것을 한편으로 정부 등의 출연금을 조달하는 대안 등이 궁여지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금융회사 분담금을 재원으로 삼은 금감원과 따로 분담금을 물리는 방안은 금융계가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은 인사 및 예산 관련 사안은 금융위원회 최종 승인을 거쳐야 하는 구조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그럼에도 민간 전문가들이나 시민사회단체들이 쌍봉형 감독체제 국제 사례까지 주목하면서 독립기구 주장을 펴는 이유는 자명하다. 1998년 통합 금유감독원 출범 이후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이 일원화 된 구조 속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영역은 효율성도 일관성도 부족했다는 대중적 공감대에서 비롯한다.
◇ 금융소비자보호원장 임명과 위상 등 알고보면 곳곳이 논쟁감
보호원을 밖에 둘 건지 안에 둘 건지 재원은 어떻게 만들고 인력은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뿐 아니라 보호원장 선임절차 그리고 소비자보호 각론마다 검토할 내용은 산적해 있다.
보호원장의 임명절차와 관련 정부의 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은 제57조의4를 신설해 “원장 임명을 위하여 금융감독원에 금융감독원 부원장 및 금융감독원장이 위촉한 금융전문가 등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 원장은 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금융감독원 원장의 제청으로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것을 뼈대로 했다.
금감원 안에서 추천절차를 밟아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구조여서 보호원 독립기구화를 요청하는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과 설전은 불가피 해 보인다.
민간 전문가들은 설사 과도기적으로 소비자보호원을 금감원 내부 조직으로 출범시키더라도 인사와 예산 측면에서 금감원으로부터 독립성을 지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보호원을 통해 소비자보호에 필요한 규제를 얼마 만큼의 범위로 어떻게 구체화하느냐를 둘러싼 연구 검토 또한 지난한 작업을 예고하고 있다.
소비자가 민원을 제기해야 할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는 사후 보호 영역만 소비자보호원이 맡고 사전적인 영역은 건전성 감독 및 법규 준수 등에 대한 경영지도를 수행하는 현행 감독체제를 따르는 것이 맞다는 대립구도로 흐른다면 독립기구 여부와 무관하게 소비자보호 행정 규제는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반 은행 여수신 상품에서부터 자본시장의 변화 무쌍한 상품, 그리고 전문성 없이 제대로 살피기 쉽지 않은 보험업계의 상품과 서비스, 여신 전문금융사들의 수수료 결정체계와 금리수준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까지. 금융소비자보호가 결코 좁거나 단순한 영역이 아니라는 점에서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 또한 큰 분야가 금융소비자보호를 둘러싼 하나의 일부 개정법률안과 하나의 법률 제정안을 둘러싼 논의가 될 수 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