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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G생명은 ‘유종의 미’ 거둘 수 있을까

최광호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2-06-18 08:34

HR BCP 사건으로 노사갈등 첨예
과도한 배당 등 경영악화 우려도

ING그룹이 한국 ING생명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지역 보험사 매각을 추진하면서,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양측의 갈등은 이제 장기 파업을 걱정해야할 상태에 까지 진행돼, 고객 서비스에도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 ING 노사간 불신의 시작은 ‘HR BCP’

현재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ING생명 본사 빌딩 로비에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최소한의 출입로를 제외한 거의 모든 공간에서 전시회가 한창이다. M&A를 앞두긴 했지만 회사 홍보와 사회공헌활동에도 끈을 놓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조의 농성을 막기 위해 로비를 사실상 폐쇄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ING생명 노사는 M&A가 본격 논의되기 이전인 지난해 3월, 성과급 책정을 놓고 한차례 충돌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노조 측은 성과급 문제로 노사합의가 길어지면서 파업과 농성 등 쟁의행위를 했다.

이에 ING생명 측은 같은 해 7월 HRBCP라는 이름의 계획을 세웠다. 통상 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란 기업들이 테러나 화재, 자연재해 등이 발생해도 비즈니스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비상 체계를 구축해 놓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ING생명의 HR BCP는 노조원들이 파업을 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비정규직으로 비상 인력을 확충해 놓는 것으로 사실상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며 항의하고 있다. ING생명 이기철 노조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 사측에 항의하자 사측은 ‘파업으로 고객 서비스에 차질을 빚자 금융감독원이 BCP 작성을 권고했다’고 주장했지만, 금융감독원에 확인해 보니 금감원이 요구한 것은 IT시스템 확충하라는 것 뿐 이었다”고 밝혔다.

◇ 빔 콕 前총리까지 만나봤지만…

ING 노조는 지난해 11월 HR BCP사건 책임 추궁과 M&A정보 공유 요구를 위해 네덜란드 본사를 항의 방문하면서 윌렘 빔 콕(Willem Wim Kok) 전 네덜란드 총리를 찾아 ING생명의 노사갈등에 대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빔 콕 전 총리는 네덜란드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유럽의 대표적인 포퓰리스트 정치인 중 한 사람으로 지금도 네덜란드 정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 노조의 불만을 들은 빔 콕 총리는 ING그룹 측에 개선을 요구하고, 지난 3월 한국 방문 시에는 ING생명에 따로 들러 ING생명 앤드류 바렛(Andrew Barrett) CFO(최고재무책임자), 이기철 노조위원장을 노사대표로 불러 모아 사측의 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이기철 노조위원장은 “빔 콕 총리 앞에서는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그 때뿐 ING생명 경영진의 변화는 없었다”고 말했다.

◇ 2555억원 순익에 1756억원 배당

현재 ING생명 직원들이 M&A에 따른 고용불안과 함께 우려하는 것 중 하나는 경영부실이다. ING그룹이 지분 전부를 보유하고 있는 ING생명은 2011회계연도 중에 956억원을 배당했다. 그리고 이달 중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다시 800억원 배당을 의결할 전망이다. 이 둘을 합치면 1756억원에 달하는데, 2011년 이 회사의 순익이 2555억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배당률이 무려 73%에 달하는 것이다.

M&A를 앞둔 몸집불리기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난해 영업 시책을 위한 비용으로 162억원을 지출했던 ING생명은, 올해에는 영업시책비를 742억원으로 무려 5배 가량 늘렸다. 지난 1년간 M&A로 인해 이 회사 설계사가 감소 추세에 있음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로, 자칫 불완전판매나 허위계약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지급 명분이 불분명한 것으로 알려진 ‘경영컨설팅 교류비용’도 140억원이 네덜란드로 간다. ING생명은 지난해(157억원)와 마찬가지로 이번 회계연도에도 이 항목에 140억원을 설정해 놓고 있다. 자회사가 모기업에게 경영 컨설팅 비용을 지불하는 셈.

ING 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증권사 등 관련업계에서는 최대 4조원에 달하는 몸집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하고 있다. ING그룹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보험사가 매력적인 매물이기는 하지만 현재 유럽에서 촉발돼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금융불안으로 인해 이 정도 규모의 거대매물을 수용할 만한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고, ING그룹이 빠른 매매를 위해 아태지역 일괄매각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매각 단가를 최대한 낮추려는 노력이라는 설명.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M&A를 진행 중인 회사인 만큼 민감한 부분에 대해 직접 거론하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측면에서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ING생명 회사 측 관계자는 “M&A 이슈는 그룹차원에서 하는 부분이라 알기 국내에서는 경영진도 아는 것이 없을 것”이라며, “특히 ING가 유럽과 미국에 상장돼 있어 정보공개와 관련해 엄격한 규율을 받기 때문에 정보공유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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