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TIMES 대한민국 최고 금융 경제지
ad

카드-VAN社, 대형가맹점 눈치만… ‘왜’

김의석 기자

eskim@

기사입력 : 2012-05-28 21:53 최종수정 : 2012-05-29 17:33

전체 가맹점 0.06% 불과 반면 카드매출 50% 차지
절대적 카드이용액 무기로 강력한 협상력 ‘슈퍼 갑’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최근 카드사와 VAN업계 등에서 외형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할인점 등 일부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지급하는 경우가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시민단체 고위 관계자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서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차별을 막고 있지만 VAN사와 대형 가맹점의 불공정한 거래가 뿌리 뽑히지 않으면 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행동에 나서게 됐다.” 오호석 유권자시민행동 및 골목상권살리기 소비자연맹 상임 대표

“공정거래위원회가 리베이트 여부를 조사 중에 있지만 VAN사가 가맹점에 주는 돈은 음성적 리베이트가 아니라 계약서에 버젓이 나와 있는 항목이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VAN협회 사무국장

시민단체들이 신용카드 거래를 대행해주는 밴(VAN)사와 대형 가맹점을 검찰에 무더기로 수사 의뢰했다. 이들이 문제로 삼은 것은 VAN 사업자와 대형 가맹점 간의 ‘뒷거래’다. VAN사가 카드 거래를 대행해 주면서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절반 이상을 리베이트 명목으로 대형 가맹점에 주고 있으며, 이 같은 불법행위가 사라지지 않으면 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인하 요구는 물거품이 될 수 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은 6월부터 홈플러스를 시작으로 대형 할인점 앞에서 전국적인 규탄 대회도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단체의 압박에 VAN사와 대형 가맹점들은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특히 엄청한 카드매출로 막대한 협상력을 갖고 있는 ‘슈퍼 갑(甲)’인 대형 가맹점 눈치를 보고 있는 VAN사는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 앓듯 깊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카드사 역시 VAN사와 상황은 비슷하다. 왜 이들은 대형 가맹점 눈치를 봐야만 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과 계약 여부가 회사의 매출액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 시민단체, VAN사·대형가맹점 ‘리베이트’ 수사 의뢰

유권자시민행동과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은 최근 13개 VAN사와 18개 대형가맹점에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롯데정보통신(롯데백화점·롯데마트), 이마트, 농협하나로마트 알뜰주유소, 보광훼미리마트, 현대오일뱅크, 파리크라상, S-OIL, 하이마트, 스타벅스 등 18곳이 수사 의뢰 대상이다. VAN사는 한국정보통신, 나이스정보통신, 한국신용카드결제주식회사 등 13곳이다. 중소가맹점 단체 등 시민단체가 대형 가맹점과 VAN사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단체는 카드 수수료율 차별 금지 및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으나 대형 가맹점과 밴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로 인해 수수료율 인하가 여전히 힘들다고 주장한다. 오호석 유권자 시민행동 회장은 “대형 가맹점들이 수수료 인하를 위해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고 상생에 나서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이 없어 수사를 의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VAN사가 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의 절반 이상을 대형 가맹점에 리베이트로 지급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예컨대 카드사로부터 거래 승인 업무와 카드 전표 매입을 해주는 대가로 건당 120~150원을 받고 있지만 이 가운데 상당액이 리베이트로 대형 가맹점 등에 새나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때문에 리베이트만 없애도 연간 수백억원의 수수료 인하 여력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오호석 회장은 “VAN사들이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 이외에 다양한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는데 이 비용 때문에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고질적인 리베이트 수수료 관행을 없애지 않고서는 수수료 체계를 개편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 시민단체는 돈을 주는 VAN사보다 이를 요구한 대형 가맹점의 잘못이 더 크다며 다음달 홈플러스 앞에서 규탄 대회를 벌이고 이를 상시적이고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 “리베이트 계약서에 나와 있는 항목” 주장

사실 VAN사나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의 상당부분을 제공하는 등 뒷거래는 오랜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가맹점보다 결제 건수가 많은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형 가맹점과의 계약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전업카드사 한 관계자는 “상위 가맹점 0.06%가 전체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50%가량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대형 가맹점의 요구를 거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특정 대형 가맹점에서 자사 브랜드 카드에 대해 결제를 거부하거나 다른 카드로 결제를 유도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 받게 없다. 일반 가맹점엔 2.4% 수수료를 매기는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엔 1.6%만 받는 이유이다. 서울 소재 백화점 한 관계자는 “사실 카드사 입장에선 취급액이 크면 얻을 수 있는 수수료 이익도 커진다. 뿐만 아니라 우리 같은 대형 가맹점을 즐겨 이용하는 고객들을 유인할 수 있어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

올해 1월 기준 가맹점 매출정보 통계조회 시스템에 따르면 상위 가맹점 1000곳(0.06%)의 신용카드 이용액이 전체의 약 51%인 17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 참조> 0.1%인 대형 가맹점만 잡아도 절반을 먹고 들어가는 구조상 카드사나 VAN사들이 대형 가맹점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같은 기간 대형 마트의 평균 카드 수수료율은 생활밀착형 가맹점(2.4%)에 비해 낮았다. 국산 신차 1.7%, 대형 마트 1.63%, 통신서비스 1.43% 등으로 중소가맹점 우대수수료(1.6~1.8%)보다 낮다. <표 참조>

카드사들은 자동차, 유통, 항공, 극장 등 대형 가맹점을 잡고자 치열한 물밑작전을 벌여왔다. 수수료를 원가 이하로 덤핑하거나 행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혜택 등은 관행이 됐다. 포인트, 마일리지 등 부가서비스 혜택도 대형 가맹점 위주다. 때문에 VAN사들은 시민단체들이 카드사의 과다한 마케팅 비용 책정 등 더 크고 구조조적인 문제는 외면하고 중소업체인 VAN사만 나무라는 형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신용카드VAN협회 박성원 사무국장은 “밴 수수료의 규모는 신용카드 전체 거래액의 0.18%에 불과하고 11개 회원사의 총 영업이익도 연간 1000억원에 그쳤다”고 말했다.

특히 “카드 수수료 인하와 VAN사 수수료는 큰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가맹점 수수료에 반영된 비용은 0.1~0.2%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VAN사의 수수료를 낮추면 가맹점 수수료가 떨어진다는 논리는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 “업계간 외형 경쟁 때문에 스스로 자처한 측면 있다” 지적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올리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아 카드사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카드사가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있는 대형 가맹점은 수수료율 인상을 차일피일 미룰 가능성도 있다. 좋은 핑계거리는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가맹점 계약 시일이다.

예를 들어 A카드사와 C백화점은 2015년까지 가맹점 계약이 돼 있다. 5년 단위로 갱신되는 가맹점 계약을 C백화점이 굳이 앞당겨 중간에 바꿀 유인이 적다는 것이 문제다. 대형 가맹점은 극단적으로 특정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카드사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카드사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는 정부 차원에서 대형 가맹점을 설득할 가이드라인이나 강제적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형 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게끔 제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대형 가맹점 수수료 문제의 경우 카드사나 VAN사들이 과거 대형 가맹점과 거래를 트려고 수수료를 스스로 낮춰줌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나 VAN업계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대형가맹점 중소형 가맹점 간 수수료율 차이 〉
                                                                                           (단위 : 억원, %)
※ 수수료금액은 실제 지급 수수료금액이며, 환불 발생 등으로 일부 오차는 발생 가능
Source : 가맹점 매출정보 통계 조회 시스템 2012.1월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FNTIMES -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오늘의 뉴스

ad
ad
ad

한국금융 포럼 사이버관

더보기

FT카드뉴스

더보기
[카드뉴스] 국립생태원과 함께 환경보호 활동 강화하는 KT&G
[카드뉴스] 신생아 특례 대출 조건, 한도, 금리, 신청방법 등 총정리...연 1%대, 최대 5억
[카드뉴스] 어닝시즌은 ‘실적발표기간’으로
[카드뉴스] 팝업 스토어? '반짝매장'으로
[카드뉴스] 버티포트? '수직 이착륙장', UAM '도심항공교통'으로 [1]

FT도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