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가 R로, 리스크민감도보다 위험관리역량 본다
가장 큰 변화는 각 부문의 영문 알파벳 첫글자 집합체 끝자가 S에서 R로 바뀐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동안은 시장가격 변수가 바뀌면 리스크 보유수준이 적정한지, 시장리스크에 대한 경영진의 측정·감시 및 통제실태, 리스크 관리시스템의 적정성을 따지는 정도에 그쳤다. 시장리스크민감도를 따져 본다는 뜻에서 S(Sensitivity to market risk)부문이라 칭했다. 앞으로는 리스크관리의 본령을 뜻하는 R(리스크관리)부문으로 고쳐 부른다.
R부문 평가지표는 △리스크 지배구조 및 관리정책 적정성 △리스크 관리절차 및 통제실태 △리스크 인식·측정·평가의 적정성 등으로 재편했다. 금융위는 은행들이 경기가 좋을 때는 여신을 늘리다가도 특정 업종이 나빠지면 관련 업종 여신을 회수하거나 경기 전반이 나빠지면 대출을 급격히 줄이는 ‘경기순응성’을 완화하기 위해 리스크관리 평가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리스크관리부문 평가 배점은 그동안 10%에 불과했지만 5%포인트 늘어난 15%로 올라 섰다.
◇ 유동성 무게 유연한 조응력 비중도 상향
국제적 유동성 감독강화 추세에 따라 계량적평가 항목 가운데 단기대출비율과 같은 철 지난 지표는 빼 버리는 대신, ‘원화예대율’과 ‘중장기외화자금조달비율’ 항목을 신설했다. 비계량평가 항목으로도 유동성 위기상황분석 운용의 적정성을 살피기로 했다.
구조적 유동성 지표들을 평가 항목에 대거 반영함으로써 평가 수준을 높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유동성(Liquidity)을 뜻하는 알파벳 첫 자를 딴 L부문 평가 비중도 R부문과 마찬가지로 10%였던 것을 5%포인트 늘린 15%로 끌어 올린다. 그렇다고 평가비중을 5%포인트씩 떼어 준 수익성(Earnings)부문과 경영관리 적정성(Management) 부문 평가가 둔감해진 것 또한 아니다.
◇ 수익성·경영관리 평가 질적 완성도 높여
수익성 계량지표 가운데 경비보상률을 들여다 보던 항목은 이익경비율 항목으로 더욱 폭 넓어졌다. 특히 자기자본수익률(ROE)을 중히 여기느라 지나친 차입에 나서거나 큰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단기이익 극대화에 나서는 양태마저 대두하곤 했던 점을 감안해 수익성 평가에 위험조정자기자본수익률(RAROC)을 따져 보겠다고 밝혔다.
지금껏 공식 평가지표 대접을 받지 못했던 이 항목을 끌어 온 것은 결국 리스크와 수익의 적절한 균형과 조화를 꾀하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다 미래수익창출력을 비계량지표로 신설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위험치를 반영해 수익률을 따지는 일과 발맞춰 미래수익성을 고려하겠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비록 수익성부문 배점이 15%에서 10%로 줄었지만 평가 항목의 질은 오히려 높인 셈이다. 경영관리를 뜻하는 M부문 역시 15%로 배점은 줄었어도 △경영진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의 적정성 등을 망라한 경영지배구조의 안정성 △성과보상체계 운영의 적정성 △사회적책임 이행 실태 등을 비계량 평가지표로 대거 반영해 은행권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와 경영지배구조의 예측가능성 및 투명성를 높여야 한다는 시대적 요청을 수렴했다.
◇ 자본·자산은 양질 겸비하게, 대손준비금 높이 쌓게
자본충실도(Capital adequacy)부문에서는 얄질의 자본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 배당수준에 대한 상대적 평가를 수행하는 ‘자본구성의 적정성’ 항목을 신설했다. 이미 살피고 있던 ‘향후 자본증식 가능성’ 평가와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자산건전성(Asset Quality)을 놓고서는 경기흐름에 따라 여신취급 태도를 급격히 바꾸곤 했던 경기순응성의 완화를 겨냥해 ‘여신정책의 적정성’ 항목을 새로 들였다.
정책 적정성 평가는 주로 은행감독의 큰 줄기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따지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이처럼 은행경영평가 틀을 손질하는 규정 변경과 더불어 대손준비금 산정방식을 아예 강화한 수준으로 감독규정을 바꾸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행정지도를 통해서 강화했던 기준을 항구적으로 적용시키겠다는 것이다.
〈 경영평가항목 비중 조정 〉
〈 은행경영실태평가 신설 주요항목 〉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