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돈을 맡아서 관리하며 위탁자의 금융자산을 늘려 줘야 할 뿐 아니라 금융사 스스로 적법한 운영과 영업을 꾀해 경제활동의 혈맥을 돌봐야 할 금융사 경영진에 대한 적격성이 더욱 폭 넓고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감독당국이 적격성을 가늠하고 판단할 능력을 갖춰야 하고 금융회사로선 CEO와 임원진 양성 또는 영입 때 옥석을 가리는 노력을 크게 늘려야 하는 어려운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 첫 인수 허가 때는 물론 임원까지 꾸준히 살핀다
금융연구원 이시연 연구위원은 26일 ‘금융사 경영진에 대한 적격성 심사 강화 추세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제적으로 경영진 적격성 심사의 대상과 기준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국내에서도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최근 국제적 동향은 단순히 금융사 최초 인수 또는 허가 때만 대주주 적격성을 따지거나 임원에 대해 소극적인 결격사유를 따지지 않는 추세다.
오히려 “이사, 주요 집행임원 등으로 적격성 심사 대상이 확대되고 나중에 다시 적격성 판단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바젤은행감독위원회(BSBC)는 감독당국이 은행 이사회, 상위 경영진, 주요 주주의 적격성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해야 하고 적격성 판단 때는 은행의 건전경영에 필요한 기술 및 경험, 그리고 중요 직책 수행에 부적합한 이력은 없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 FSA 심사, 업무능력 + 전문성 + 평판 등 망라
적격성 판단 기준 역시 업무수행 능력과 전문성 등의 적극적 요건이 포함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OECD의 경우 금융사 이사의 적격성을 재려면 일반적 감시 및 리스크관리 능력을 포함한 기술적이고 전문적 역량으로 확대돼야 하고 적극적 자격요건에 기반한 적격성 판단 필요성을 제시했다고 소개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여파를 거치는 동안 금융사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규율에 실패했기 때문에 거수기 역할에만 그친 이사회와 취약한 주주들의 역할로 볼 때 적격성 판단은 더 이상 주들만의 몫이 아니며 감독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OECD는 지목했다고 밝혔다.
경영진으로 하여금 적절한 신의·성실성(integrity)과 전문성의 확보·유지를 통해 과도한 위험추구, 타인의 금전자산 유용 등을 방지하고 건전경영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경영진 적격성은 결코 가벼이 보아 넘길 이슈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심지어 영국 금융감독청(FSA)는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CEO, CFO(재무), CRO(리스크) 등의 후보들에 대해 인터뷰를 시행할 수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른 중요한 직책에 대한 인터뷰를 거쳐 적격성을 살핀다는 것이다.
FSA는 이를 위해 2010년 감독규정을 손질해 △정직, 진실성, 평판 △업무역량 △재무적 건전성 등의 요건에 적합하도록 정했다. 이 가운데 업무역량과 관련, 직무 수행에 적합하다고 간주되는 경험 및 훈련(training) 요건 이외에 최근에는 해당 직무 수행을 위해 투입하는 시간도 추가했다고 전했다.
◇“지배구조법 불구 국내서도 적극적 규제 필요”
따라서 이시연 위원은 “국내에서도 이사나 주요 경영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적격성 확보 및 유지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입법 예고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대주주에 대한 동태적인 적격성 유지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나, 중요 의사결정 및 영향력 행사 주체에 해당되는 이사나 기타 임원들에 대한 적극적인 의미의 적격성 판단이나 유지 의무에 대한 규정은 미흡하다고 본 탓이다. 그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높은 경영진 리스크를 감안할 때 국내에서도 보다 다양한 직무 범위에 대한 적극적인 적격성 요건 설정과 유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