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보아뱀 전략’ 또는 PMI, 험해도 가야할 길](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215200512116574fnimage_01.jpg&nmt=18)
전국금융산업노조 외환은행지부는 17일까지 대화로 충분히 수용되지 않는다면 파업찬반 투표를 거쳐 총파업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 보아뱀 전략과 닮은 점과 다른 점 공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이른바 보아뱀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보아뱀 M&A전략이란 자신보다 규모가 큰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을 일컫는다. 프랑스의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킨 이야기에서 비롯한 개념이다. 물론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과 다른 구석이 더 많다.
하나은행 총자산은 지난해 말 현재 150조 7677억원으로 외환은행 총자산 100조 5288억원에 비하자면 1.5배 많다.
외환은행 총여신은 73조 1081억원으로 하나은행 총여신 118조 5360억원의 61.58% 수준이다. 외형에선 격차가 엄연히 존재한다. 그런데 이익창출력이나 자본지표에선 압도적 격차를 논하기가 쉽지 않다. 해마다 세계 1000대 은행 랭킹을 매기는 파이낸셜타임스 자회사 ‘더 뱅크’지는 은행간 경쟁력을 잴 때 총자산과 같은 외형보다 자본력, 그 중에서도 기본자본(Tier1)을 비교한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기본자본은 각각 8조 2790억원과 7조 1906억원이다. 자산과 여신 등 외형지표보다 격차가 크게 좁혀진다. 론스타 경영 기간을 8년 여 거치는 동안 확장전략을 편 적도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지 못했지만 내실 면에선 녹록치 않다는 사실은 이익창출력에서도 드러난다. 총여신을 활용해 순이자수익을 얼마나 버는지를 보면 외환은행이 2조 4177억원을 벌어 3.31%로 2조 8003억원을 벌어 2.36%를 나타낸 하나은행보다 앞선다.
◇ ‘물리적 전투력’보다 관건은 정신적 문화적 요인
영업네트워크와 강점 분야 등에서 외환은행인들의 자부심은 더욱 대단하다. 자연 생태계 먹이사슬 관계에서 있을 수 없지만 인간세계 조직 변동사에서는 얼마든지 나타났던 ‘보아뱀 전략’ 모델이 외환은행과 하나금융의 사례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더라도 맥락이 아주 다르진 않다.
사실 견주어 보기에 적합한 모델은 거대 비단뱀이 집어 삼키기 만만치 않은 악어를 통째로 삼키는 경우일 것이다. 인터넷 상에는 이와 관련된 사진과 동영상이 성공사례와 실패사례 비교 버전까지 나와 있을 정도다. 현실 생태계의 물리법칙에 준해서 보자면 전투력이 절대 우위에 있으며 악어를 통째 삼켜도 충분한 내구성을 지닌 비단뱁이 악어를 옥죄어서 점진적으로 삼키는 경우 성공사례로 등장한다. 하지만 삼켜진 뒤에도 악어가 괴력을 발휘한 처절한 저항 끝에 동패구사(同敗俱死)에 이른 실패사례가 있다는 증거 사진들도 떠돈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나서 분기탱천하실 분들이 여럿 있을 것이다. 누가 누구에게 먹히는 그런 비유, 하나금융인들이나 외환은행인들 어느 쪽도 반길 내용이 아닐 테니까.
하지만 이같은 모델을 들고자 하는 이유는 M&A의 성공요인에 대한 ‘공자님 말씀’다운 경영학계의 모범 답안을 거론하는 것보다 좀 더 선연하게 직시하자고 제안 드리고 싶어서지 다른 뜻은 아니다.
◇ “외환은행 임직원들과 네트워크의 소중함 “ 립-서비스로 끝나지 않으려면
M&A 과정과 전략에 대해 언급한 보고서나 교과서 어떤 것을 보더라도 물리적 통합보다 화학적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 것을 보기는 힘들었다. 보아뱀 전략의 모범으로 각광받던 인도의 타타그룹을 칭송했던 삼성경제연구소의 어느 보고서가 생각난다. 보아뱀이 코끼리를 삼키 듯 했던 타타그룹의 숱한 해외 M&A 성공요인 가운데 기술력 및 브랜드를 그대로 확보· 유지한 가운데 내수 및 해외시장에서 성장을 지향하는 점진적 M&A추진을 꾀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세계적 컨설팅그룹 PWC 관계자가 “인도 기업들은 피인수기업에 개입하지도 뒤흔들지도 않는다. 인수 후 비용절감 운운하는 다른 기업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중복기능 제거 등 비용절감에 골몰하지 않고 피인수기업의 자율권과 고용을 보장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은 반복해서 강조했다. 외환은행의 노하우와 경쟁력은 인재들로부터 형성된 것이고 영업네트워크와 더불어 모두가 소중하다는 취지로.
◇ 어차피 듀얼뱅크 독립경영 구상을 세웠다면
자회사 편입 초기 반발을 회피하려 껍질은 달콤하되 구조조정 처방을 담은 ‘당의정’이나 립-서비스로만 그치지 않기를 쌍방이 원하고 있는 것 아닐까? 짐작해 본다. 핵심인력이 곧 영업네트워크인 금융업 특성상 외환은행인들의 정서에서 모든 정책과 경영지침이 형성된다면 윈-윈에 이르는 편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충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반발정서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하나금융 경영진들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말 뿐인 독립경영을 원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인력 교차발령과 매트릭스 조직 질서로 급격하게 편입하는 일이 우선적으로 돌출된다면 불행과 고통이 찾아올 공산이 크다. 인수하긴 했으나 동체화되지 않고 거부반응 끝에 폐사에 이르는 조직이 생긴다면 인수한 쪽에 치명적 위해를 줄 수도 있다. 어차피 듀얼뱅크 체제를 유지하면서 PMI(인수 후 통합) 과정을 상정해 놓고 있다면 윤용로 행장과 신임경영진을 통해 그룹 핵심가치에 동화시키기 위한 모든 경영활동을 펴더라도 현장수용성을 중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100% 고용승계’ 구호는 이미 앞선 국내 M&A 사례나 PMI 사례에서 약효를 잃었다. 더 면밀하고 설득력 있는 플랜을 함께 도출한다면 더욱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