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물가안정 다지고 금융안정 새책무 부응 나설 터](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20101233404115731fnimage_01.jpg&nmt=18)
◇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이해 :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혼재로 불확실성의 극대화
지금까지 10년 주기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글로벌 경제위기가 불과 3년 만에 유로지역의 국가채무란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금의 위기가 글로벌 추세의 급격한 진전에 따른 시스템적 리스크에 기인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바젤Ⅲ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규제 개혁이 시스템적 리스크의 안정적 관리 및 해소를 목적으로 상호연관성(inter-connectedness) 및 경기순응성(pro-cyclicality)을 향후 문제해결의 두 핵심개념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도 실은 글로벌 현상이 문제의 근본원인임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경제는 이미 글로벌화 되었으나, 글로벌 경제 문제를 책임지고 다룰 수 있는 ‘글로벌 지배관할조직’(global jurisdiction)이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 걸림돌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G20 등의 국제협의체를 통해 국제적 정책 공조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바로 ‘글로벌 지배관할조직’의 결여를 보완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의 시사점은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지극히 높은 우리로서는 단 한 시도 국제금융과 경제동향을 이해하는 노력에 소홀해서는 안되고, 동시에 국제동향을 적절하게 고려하지 못한 정책은 그 효과성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로지역의 경제문제를 유로지역 국가들에 의해 국지적으로 그 해결책을 모색하기 보다는 전 세계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균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경제국가 위주의 지역적인 균형모색 노력이 국제협의의 주요 의제로 논의되는 경향이 아직도 우세한 것이 현 상황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선진경제들이 양적완화정책을 추진한 결과로 유발된 글로벌 유동성(global liquidity)과 자본 이동(capital flow)이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논의는 주로 선진국 경제로부터 파생되어 신흥경제권으로 이어지는 한 방향(uni-directional)의 영향분석에 치우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실제로는 이와 같은 한 방향의 영향에 대한 분석보다는 신흥경제권에서 다시 선진경제로 파급되는 효과를 포함하는 양 방향(bi-directional)의 영향분석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선진경제와 신흥경제를 망라한 글로벌 균형을 달성하는 방안모색에 논의의 초점이 집중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국제공조에 참여하고 대응전략을 모색해야 하고, 또한 우리의 국익에도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설득할 능력을 스스로 갖추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 새로운 중앙은행의 위상 : 국가경제 특성을 대표하고 경제의 안정적 발전을 선도
우리는 어떠한 중앙은행을 만들어 가야 하나요?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중앙은행은 우리 경제를 대표할 수 있어야 하며, 큰 틀에서 우리 경제의 축소판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새로운 책무로서 우리에게 부여된 금융안정 정책의 내용과 범위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규정하는 것입니다. 바젤Ⅱ체제에서 바젤Ⅲ 체제로 이행되는 향후 수년 동안 금융안정을 위한 제반 수단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될 것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국제적 흐름의 맥을 짚으면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이 높은 조직을 만들어 나아가는 것입니다. 법정보고서로서의 새로운 의무가 부과되는 금융안정보고서의 작성에 있어서는 보고서의 포괄 내용이 광범위함을 고려할 때, 여러 부서들의 네트워킹을 조직화하는 위원회를 활용함으로써 여러 관련부서의 공동책임 아래 보고서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두 번째 과제는 올해에는 특히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각별하게 유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아직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물가안정 기반을 공고히 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한국은행법의 개정으로 가용할 수 있는 통화신용정책의 수단이 다양해졌습니다. 새로운 수단에 대한 이론적 기초를 다지고 실증적 효과분석에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과제는 한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날로 높아가는 상황에 부응할 수 있도록 내부 체제의 개혁을 꾸준하게 그리고 의연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취임 첫 해인 작년에는 일차적으로 직군제를 폐지함으로써 직원들의 사고와 행동의 폭을 유연하게 만들고자 하였으며, ‘인재개발원’과 ‘외자운용원’을 설립함으로써 각각 인적자원의 잠재능력개발과 인력운영의 효율화, 그리고 조직운영에 있어서 자율운영의 활력을 불어 넣고자 하였습니다. 이번에는 금융안정 책무를 수행하는 조직을 구축함과 동시에 한국은행의 하부구조(infrastructure)라고 할 수 있는 조직을 설립하거나 개편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