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장기회사채가 채권시장의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장기화에 따른 단기물 투자매력 저하와 맞물려 장기회사채가 반사이익을 얻는데다, 금융당국의 장기회사채활성화, 보험사의 수요확대 등 제도적 영향으로 우량회사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채 장기물은 차상위 등급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 AA급 이하 5년물 이상 회사채(지방공사 제외)는 총 44건, 발행규모 5.67조원. 이는 금융위기 당시 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로 장기채가 인기몰이중이다.
최근엔 만기기간이 길어지는 추세다. 만기가 10년 이상인 초장기물도 시장에 등장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해 12 월 30년 만기로 발생했던 회사채가 대표적이다. 규모는 1000억원(5.06%)으로 기관들의 러브콜이 잇따르며 초장기물 시장의 틈새를 형성했다는 평이다. 지난 상반기에도 20년물 두 차례, 15년물 한 차례, 10년물 두 차례 등 총5차례에 거쳐 총5000억원의 조달에 성공했다. 그 여세를 몰아 KT도 오는 10년물 장기회사채를 2500억원 규모로 발행할 예정이어서 초장기물이 새로운 자금조달수단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처럼 초장기물이 등장할 정도로 장기물발행이 확대된 배경은 먼저 수요측면에서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기관들의 주요 투자수단인 국고채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그 틈을 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우량 고금리채에 대한 수요가 확대됐다.
특히 장기투자기관인 보험사의 경우 △운용자산증가 △RBC(Risk Based Capital:위험기준자기자본제도) 도입에 따른 자산부채매칭 등 영향으로 우량 회사채 장기물의 편입을 늘릴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장기채활성화’ 정책방향도 호재다. 당국은 최근 회사채 시장의 자금조달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장기채 활성화를 밝혀 회사채전용펀드같은 장기채수요기반도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기관들의 장기회사채의 편입비중은 낮은 탓에 수요확대도 기대된다. 8월 현재 잔존만기 5년이상 회사채 잔액은 5.48조원으로 전체 회사채 잔액의 3.7%에 불과하다.
SK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현재 저금리기조의 영향에 따른 국고채금리하락으로 단기물은 수익을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고금리 크렛딧물인 장기회사채가 새로운 투자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공급자인 발행사입장에서는 자금조달이 길어 천천히 갚을 수 있고 수요자인 기관들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등 서로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상황”이라며 “수급이 풍부하고 정책효과와 맞물려 고금리 크렛딧물인 장기회사채의 인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