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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빵’ 한탕주의에 사회가 멍든다

최광호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1-06-26 23:52

보험사기, 위험수위 넘었다 (2)

‘보험빵’ 한탕주의에 사회가 멍든다
보험사기범끼리 병실에서 정보교환

근로의욕 잃고 죄의식없이 보험사기

‘보험사기’하면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보험금을 편취하기위해 살인이나 방화를 저지르는 등의 ‘경성보험사기’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더욱 경계하는 부분은 ‘연성보험사기’다. 연성보험사기는 보험사고 발생 후 피해를 부풀려 보험금을 과다청구하거나, 자동차보험에서 사고로 파손되지 않은 부분까지 보험처리 하는 등의 행위가 포함되는데, 이런 행위에 대해서는 보험사기라는 인식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보험사 돈은 눈먼 돈’이라는 그릇된 인식에 기인하기 때문에, 별다른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연성보험사기로 ‘돈 맛’을 본 사람들이 계획적·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공모하거나, 병실에서 이른바 ‘꾼’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로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3월 지방의 한 소도시와 보험업계를 흔들어 놓았던 ‘왕모씨 사건’도 이와 같은 사례다.

◇ 병실에서 알게 된 ‘지저분한 정보’

노모씨(50세, 여)는 보험설계사들을 상대로 멸치와 건강식품 등 설계사들이 보험가입 고객들에게 제공할 선물을 판매하면서, 보험상품에 대해 일부 정보를 알게 됐다.

그러던 중 2005년 8월경 인테리어 업자인 남편이 다리를 다쳐 입원 치료를 했는데, 당시 일부 젊은 환자가 질병으로 무릎 관절경 수술을 하고 보험금을 지급받았다는 말을 듣고 젊은 환자가 상해가 아닌 질병으로 무릎 관절경 수술을 한 사실과 관절경 수술 전문 홍보 플래카드가 게시된 것을 보게 됐다.

특히 그 병원이 환자들이 무릎 통증을 호소하기만 하면 관절경 수술을 하고 장기입원을 시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착안해, 신용불량자 등 경제적 빈곤층을 모집해서 입원일당, 질병 수술비가 지급되는 다수의 보험상품을 가입시켜 월 보험료와 병원비를 대납해주고 무릎 수술 후 보험금을 지급 받으면 수수료로 보험금의 20%와 대납한 보험료·병원비를 챙기는 수법의 보험사기 범행을 창안했다.

이후 같은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있던 주모씨의 남편 왕모씨(40세, 남)가 보험 가입자를 모집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지인 등을 모집해, 1인당 최대 22개의 보험상품에 가입시키고 6개월 가량 보험료를 대납한 후 수술을 시키는 방법으로 보험료를 편취해 왔다.

또한 왕모씨는 사채업자로 일하면서 순천지역의 지인 16명을 모집해 브로커 노순영에게 소개하던 중 순천지역 모병원이 관절경 수술 횟수를 홍보하고, 당시 위 병원 수술 보조원으로 근무한 후배로부터 무릎 통증을 호소하면 수술을 해 준다는 말을 듣게 됐다. 왕씨는 지인들에게 의사와 친분을 과시하며 무릎 관절경 수술을 할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꼬드겨, 사채 채무자·신용불량자 등 경제적 빈곤층 55명을 모집해서 다수의(8-10개) 보험상품에 가입시키고, 1차 수술, 2차 재입원 후 보험금이 지급되면 수수료로 보험금의 30%, 대납한 보험료·병원비를 받아 왔다. 이후 이러한 신종 보험사기 범행이 지역사회에 역병처럼 퍼졌다.

◇ 정비업체 보험사기 심각

자동차 정비업체의 모럴리스크(Moral Risk)도 심각한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대란의 원인중 하나로 자기차량손해담보 할증기준금액의 증액을 들 수 있는데, 할증기준이 50만원에서 200만원 상향조정되면서 200만원에 맞춰 불필요하게 차량을 수리해왔다는 것이다. 심지어 사고가 나지 않은 차량도 사고가 난 것으로 꾸며 이른바 ‘드레스업’등의 튜닝을 해주다 적발된 업체도 상당수다.

정비업체는 2000년 3010곳에서, 2009년 4910곳으로 9년새 63.1% 증가했는데, 때문에 생계가 곤란해진 일부 정비업체들이 손쉽게 돈을 버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부품업체와 결탁해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케이스다. 차량이 입고되면 정비공장이 보관하고 있는 중고품, 재생품 또는 비순정품으로 수리하고 부품상이 신품으로 청구하거나, 정비공장에 납품하지 않은 부품을 보험사에 청구해 그 이득을 일정비율로 분배하는 식이다. 또 정비공장에서 면책금을 차주에게 받지 않고, 부품상에 면책금액만큼 부품을 허위청구(가청)해 손실을 보전하거나, 정비공장에서 순정품으로 사진 촬영 후 비순정품을 사용하고, 부품상에서는 순정품으로 청구하여 차액을 일정비율로 분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렌트업체와 결탁해 대물차량 소유주가 렌트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임대차 계약서를 위조, 일정기간 사용한 것처럼 청구해 보험금 수령 후 정비업체와 렌트업체가 일정 비율로 편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보험사기에 사회가 멍든다

이처럼 정비업체와 병원등 보험 인접 산업을 허브로 온 사회에 걸쳐 만연돼있는 보험사기는 이제 보험업계와 보험소비자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왕모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순천지역에서는 보험사기 범행이 널리 퍼져 2~30대의 젊은 사람들이 다수의 보험에 가입하고 특정병원에서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고 반복 입원으로 보험금을 지급 받아 생활하고, 사채업자·지역폭력배·유흥업소 업주들이 브로커로 활동하면서 다방·유흥업소 여종업원 및 도박자금 채무자들을 보험에 가입시켜 고의 무릎 수술로 보험금을 지급받아 채권을 회수하고 있는 등 지역사회 발전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보험사기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주변에 생기면서, 일해야 할 청장년층들이 근로의욕을 잃고 한탕주의에 빠져 보험사기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다음호 계속〉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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