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독일계 보험사인 에르고그룹은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을 매각한 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최근 에르고다음 경영진과 금융당국에 이 같은 방침을 통보했다.
또한 LIG손해보험과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관계사들의 지분도 매입했다. 이는 지난 2008년 에르고다음을 인수한 지 3년 6개월만인데, 그동안 에르고다음이 계속 적자를 내면서 에르고그룹이 한국 시장을 철수할 것이란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실제로 철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르고그룹이 국내시장 철수를 전격 결정하게 된 배경 중 첫 번째는 나아지지 않는 실적이 꼽힌다. 2008년 다음다이렉트를 인수한 에르고그룹은, 사업 초기부터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돼 만성 적자에 시달려왔다.
에르고다음은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285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2009년 167억원으로 적자폭이 줄었지만 2010년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직격탄을 맞으며 38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수익성 때문에 서둘러 한국시장을 철수하려는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또한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이 당국의 강한 규제를 받는 시장이라는 점도 에르고그룹의 한국시장 철수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자동차보험요율에 강하게 개입하고 있는데다 경쟁 역시 심해져, 손해가 나도 마음대로 요율을 조정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에는 손해율 악화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인상과 관련, 금융감독당국을 상대로 강한 어필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가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에르고그룹은 지난해 말 280억원을 증자한 데 이어 지난 3월 165억원, 4월 275억원을 잇달아 투입했다.
한편, 앞서 에르고다음다이렉트는 최근 LIG손보가 보유하고 있던 에르고다음 지분 7.4%(110만6226주)를 212억원에 사들였다. 또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갖고 있던 지분 200여만주도 매입했다.
이에 대해서는 한국 보험시장을 떠나기 위한 사전 준비로 지분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 LIG손보도 에르고그룹이 먼저 지분 정리를 요청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에르고의 한국 시장 철수 방침에도 매각 작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지는 않고 있다. 적극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히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농협 정도가 인수후보로 거론되고는 있지만, 농협 역시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할 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라 적당한 인수자를 찾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연혁 〉
2004년 1월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 출범 영업 개시
2008년 3월 ERGO그룹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 지분 65% 취득
2008년 7월 에르고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주)로 사명 변경
2009년 9월 종합 손해보험업 인가 획득
2010년 7월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주)으로 사명 변경
2010년 12월 마크 샴프 사장 선임, 280억원 증자
2011년 3월 165억원 증자
2011년 4월 275억원 증자
2011년 5월 매각 추진 본격화
(자료 :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