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에는 제반 조건과 변수 등 어느 것 하나 진로 예측을 쉬이 허락하지 않고 있어 긴박감을 더한다. 지금 태풍의 눈은 뭐니 뭐니 해도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매각방법과 절차다. 이것이 확정되고 곧 이어 매각공고가 난다면 인수전의 흥행은 당연히 원매자가 얼마나 많이 참여하느냐에 좌우되는데 둘 이상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시나리오 예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 인수자 친화적 매각방안 솔솔, 원매자 꾀나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당초 2분기 중에 우리금융 민영화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2분기가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이슈는 불붙었다. 지난주 징검다리 연휴 기간, 국내외 금융지주사가 다른 금융지주사 지배권을 행사하려면 지분율을 95% 이상 확보하도록 해 둔 금융지주회사법을 손질해 50% 수준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정부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금융위원회는 즉시 “확정된 바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같은 해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금융계 관계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금융이 대형화를 거듭하다 보니 덩치가 커졌고, 인수부담을 다층적으로 줄여 줘야 경쟁판세가 달아오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우리금융민영화가 지연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우리금융 인수 총액부담이고 지금 현재 사실상 정부 소유라고 봐야할 예금보험공사 지분율 56.97%만 차지하기에도 부담이 적지 않다.
지난 6일 주식시장에서 우리금융은 ‘규제완화’ 설호재 속에 공방을 거듭한 끝에 1만 4600원에 마감, 시가총액 11조 7678억원을 달렸다. 단순히 예보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데만 6조 7000억원의 실탄이 필요한 셈이다.
◇ 웃돈 없이 예보 지분 시가 인수에만 6.7조원 큰판
익명을 청한 금융지주 한 고위관계자는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자는 것이 우리금융 민영화 취지인 만큼 인수의향을 지닌 국내외 금융자본의 입맛을 당기기 위한 묘수가 준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은행권 실무자들 간에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갔고 지주사 규제 완화, 블럭 딜 등 우리금융 지분 매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다수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건 개선 가능성이 대두하면서 우리금융을 둘러싼 경쟁은 언제든 급가열될 수 있다는 사실이 지난 주 후반 확인됐다.
KB금융과 함께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 매각공고가 나면 입찰할 것이라는 소식이 돌았던 것이 단적인 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산은지주 역시 민영화 과정을 밟고 있는 가운데 정부 지분을 인수하려 한다는 부적절성이 너무 조기에 부각된 것 자체가 우리금융 인수전이 팽팽한 긴장상태에 놓여 있음을 뜻한다고 풀이한다.
산은지주가 인수여력이 아주 없지 않은 가운데 부적절성 논란에 휩싸이기를 원하는 유력한 경쟁자가 의도적으로 부각시켰을 것이라는 음모론도 있다.
산은지주는 바로 이 사실 때문에 “확정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앞세워 논란 확산을 막으려 시도했다. 실제 산은지주는 민영화 이후 독자생존책 마련 차원에서 국내 은행 M&A방안 검토를 다각도로 진행한 바 있다.
산은 내부 관계자는 “M&A가 가능한 대상이 몇 안되는 상황에서 내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은 검토를 다 해두었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우리금융 매각방안을 확정하면 정부와 대주주 등과 협의하고 내부적으로도 검토해서 추진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 KB금융 인수 참여, ‘때는 무르익었다’
산은지주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상황에 대한 반사시익을 누리며 부각되는 곳이 있다.
영업력과 경영실적 안정화 이후에 은행 M&A를 추진하겠다고 밝혀 온 KB금융이다.
KB금융은 지난달 2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때까지도 비은행 부문 보강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당시 임영록 사장은 “은행 부문과 비은행 부문의 균형과 시너지 창출에 힘쓰고 비은행 보강에 중점을 두면서 (은행M&A는)적정한 시기에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전을 외면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시각이 두터워지고 있다.
첫째, 어윤대 회장이 취임 초반까지만 해도 은행 M&A에 높은 관심을 불태웠고 둘째, 1분기에 이미 경상적 이익수준을 회복하는 실적을 냈고 앞으로 추가 개선 가능성을 입증했으며 셋째, 대한민국 리딩금융그룹 위상 회복을 향한 열망은 위 아래가 따로 없는 데다 넷째, 우리금융 인수 성사야 말로 은행과 비은행 부문 균형발전 및 주주가치 극대화에 일대 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KB금융이 인수에 나설 경우 짝짓기가 가능한 곳과의 대등합병 또는 독자생존과 자력성장을 원하는 우리금융그룹의 바램과는 어긋나는 상황으로 흐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계의 관심은 이제 민영화 로드맵 확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우리금융 매각 공고가 언제 가능할 것이냐는 점에 쏠리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선 확정 발표가 임박했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 부실 후폭풍과 일부 건설사 관련 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금융감독원 쇄신이 추진 중인데다 외환은행 매각을 시도 중인 론스타에 대한 적격성을 둘러싼 논란과 하나금융 승인 인수 여부 등 굵직한 현안 이슈들이 산적해 있어 시일이 필요하다는 신중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정 날짜를 못박고 진행하고 있지 않으며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라며 “저축은행과 기업구조조정이 중대 현안으로 나와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기 확정과 매각 추진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