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은 한 술 더 떠 우리금융과 같은 날 7575억원의 순익을 남겼다는 실적치를 전파했다. 다수의 애널리스트들이 K-IFRS관련 세부 데이터 확인 등을 거쳐 이들 은행권 상장 금융사 연간 실적전망 상향 채비를 서두르고 있을 정도다.
◇ 순익 전망 상향 조정 줄이을듯
그렇다면 이들 금융사 연간 순익은 얼마나 상향 조정될 수 있을까?
KB금융은 순익 3조원 클럽 가능성에 불씨를 지피기 시작했다. 1분기 국민주택기금 승소에 따른 1회성 이익 1376억원 등을 빼더라도 순 이익 창출력은 650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신증권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2분기 이후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는다 가정해도 분기별로 6500억원 안팎의 순익을 내는 데 무리가 없다”고 봤다.
교보증권은 상반기 1조 45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봤다. 윤종규닫기

우리금융그룹과 기업은행은 아무런 1회성 이익없이 일궈 낸 순이익 규모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금융은 일부 건설사와 해운사 등의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1515억원 더 쌓고도 부실자산 매각 및 상각이 예상보다 적었고 대손충당금이 수준 하락세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뛰어 넘는 순익을 남겼다. 이로써 우리금융이 분기당 적어도 5000억원의 순익을 낼 저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은행은 대손상각비가 급감하는 등 건전성 개선추세를 유지하는 효과와 선제적 자산 증대에 힘입은 이자이익 확대 덕분에 사상 최고 실적을 냈다. 애널리스트들은 대체로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형성하고 있다. 분기별로 4000억원대 이상의 순익을 내기에 충분하다는 전망 속에 삼성증권은 연간 순익 전망치를 1조 9000억원으로 15.8% 상향했다. 물론 마냥 낙관에만 기댈 만큼 모든 재무제표가 완벽하지는 않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이 2009년 말 139.9%에서 지난해 말 104.1%로 떨어진 사실을 놓고 손실흡수능력 약화 가능성을 조심스레 우려했다. 일부 한계 대기업은 물론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여신 등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잠복한 상태에서 이같은 추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깜짝 실적치를 나란히 발표한 대형은행들도 이같은 우려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 부실흡수능력·연체율 마냥 안심할 수준 못돼
KB금융의 고정이하여신 대비 충당금 적립비율은 지난해 3월 말 137.2%를 자랑했지만 지난 연말 114.8%로 떨어진 뒤 지난 3월 말 115.6%로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고정이하여신비율 자체가 지난해 3월 말 1.32%에서 지난해 말 1.87%에 이어 올 1분기 말 아예 2.02%로 2%를 넘겨 버렸다. 연체율도 지난해 3분기 1.21%보다 낮지만 2009년 이후 두번째로 높은 1.08%를 나타냈다. 우리금융그룹은 1분기 동안 총자산을 무려 20조원 늘리면서 총자산 1위에 올라섰다.
그런데 이자이익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조 7250억원과 올해 1조 7630억원 차이가 미세하다. 총자산과 무관하게 이자부자산을 크게 늘리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금융 은행부문 고정이하 여신대비 충당금 적립률은 지난해 말 72.2%보다 소폭 개선된 78.1%에 그쳤다. 은행권 평균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3.5%로 은행권에서 높은 수준에 속한다. 연체율은 우리금융 은행부문 역시 지난해 3분기 1.33%보다 낮아졌지만 1.15%로 1%를 밑돌던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부진한 상태다.
기업은행은 고정이하 여신대비 충당금 적립률이 지난해 3월 말 130.5%였으나 하락-소폭상승-소폭하락을 거쳐 124.5%로 옆걸음쳤다. 연체율 은행권에서 초우량 수준인 0.80%로 지난해 1분기보다 0.03%포인트 증가에 그쳤으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 1분기 1.44%에서 2분기 2% 돌파 이후 올 1분기 2.26%로 전성기에 크게 뒤지는 모습이다. 이익의 크기와 자산건전성의 질, 딱 두 가지만 놓고 볼 때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대형은행들은 이익창출력 면에서 전성기 엇비슷한 모습을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산건전성은 고정이하여신 비율 1%를 밑돌고 충당금적립률이 120%를 웃도는 은행이 흔하던 시절에 비하면 명백히 뒤져 있는 상태다. 이 갭을 메우고서도 순익 3조 클럽이 신한지주 말고 또 나오고 2조 클럽이 다수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