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생명보험사들의 이야기다. 생명보험 상장사들이 상장 이후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2009년 10월 상장한 동양생명을 비롯해, 삼성생명과 대한생명의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 상장 생보사들은 ‘이해할 수 없다’거나,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도 있다.
지난 22일 생보사들의 주가(종가기준)는 삼성생명 9만9600원, 대한생명 8200원, 동양생명은 1만2200원을 기록했다.
이는 공모가 대비 삼성 9.45% 대한 11.09% 동양이 28.23%씩 각각 떨어진 가격이다.
◇ 공모가까지라도 올랐으면…
2010년 5월 12일 상장한 삼성생명의 공모가는 11만원으로 책정됐다.
희망 공모가 밴드인 9만~11만5000원의 상단이었지만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에 육박하는 청약 증거금이 들어왔고 최종 경쟁률은 40.6대 1로 집계됐다.
또 상장 첫날 시가총액 22조8000억원으로 신한지주(당시 20조5566억원)를 제치고 현대차에 이어 단숨에 시총 4위에 오르며 흥행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상장 후 현재까지 삼성생명이 공모가를 웃돈 것은 단 23거래일뿐으로, 시총 순위 12위까지 밀려난 상태다.
지난 20일에는 2010회계연도에 순이익 1조9336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이상 개선됐다는 ‘어닝 서프라이즈’ 발표가 있었지만, 내달이면 풀리는 보호예수 물량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심리가 호전되지는 못했다.
대한생명과 동양생명의 사정도 마찬가지. 특히 동양생명은 M&A 가능성으로 반짝 치고 올라가던 지난달에도 공모가 1만7000원에 크게 못 미치는 14700원까지 올랐을 뿐이다.
‘우리사주 대박’을 내심 기대했을 직원들도 울상이긴 마찬가지.
간부급 직원들의 경우에는 우리사주를 받기 위해 대출을 받아 매월 100만원이 넘는 이자를 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 생보사 주가, 왜 맥을 못추나
이처럼 상장 생보사들이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상장의 목적부터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통상 증시 상장은 대부분 해당 기업에 대규모의 자금을 유입시켜 신규 사업을 벌이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된다. 하지만 상장 생보사들의 경우에는 재무건전성 강화, 대주주의 부채 상환 또는 그룹차원의 수익성 강화를 목적으로 상장했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 여지가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또한 △생보사들은 보험업법상 생명보험업 이외의 신사업 추진이 제한된다는 점 △생명보험업계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마땅한 신사업도 추진하기 힘들다는 점 △여기다 대형사들의 경우 과거 판매했던 고금리 상품에 대한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도 주가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상장 생보사 세 곳 모두 양호한 실적을 올리고 있고, 특히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는 점, 향후 추가 금리 인상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들어 저평가 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로 삼성생명, 대한생명,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각각 395.4%, 295.3%, 261.7%로 ‘리스크 안정권’이라는 200%를 크게 웃돌고 있다. 또 보험사 투자영업이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투자항목 중 하나인 국고채(3년물)의 경우 지난해 말 3.38%에서 이번달 14일 3.73%로 0.36%포인트나 올랐다. 이처럼 생보사 주가 전망에 대해서는 낙관과 비관이 공존하고 있어, 향후 이들 생보사의 주가 추이에 보험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광호 기자 h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