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스켈퍼 시세조작 등으로 압수수색
세계거래 1, 2위를 다투던 ELW시장이 검찰수사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이 ELW시장의 큰손인 스켈퍼들에 대한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수사범위를 스켈퍼와 증권사 사이의 내부거래 쪽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 불똥이 튀지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지난 23, 24일 이틀동안 혐의가 있는 증권사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의 수사망에 오른 증권사는 총 10곳. 지난 23일 우리투자, 삼성, KTB투자, 이트레이드, HMC투자증권 등 5개사를, 다음날인 24일 현대증권, 대신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증권, LIG증권 등 5개사의 본점을 압수수색하고 ELW거래내역 등 관련자료를 확보했다.
이번 검찰의 수사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통상 증권업계의 경우 시세조작같은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는 거래소나 금감원같은 감독기관이 맡는다. 거래소가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금감원에 사건을 넘긴다. 이를 재조사한 뒤 최종적으로 상위기관이 해당증권사에게 경고, 관련자 문책 등의 조치를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검찰수사는 이들 기관이 조사에 난관에 부딪힐 경우 이뤄지는 최후의 카드라는 얘기다.
현재 검찰수사의 방향은 스켈퍼에 대한 시세조정 협의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켈퍼는 초단기거래자로 이번에 문제가 된 쪽은 대량주문으로 시세를 뒤흔드는 큰손인 일명 슈퍼메뚜기다. 이들이 ELW를 선호하는 이유는 500원 이하의 저가워런트가 많은 데다 레버리지효과로 적은 돈으로도 시세조작을 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보통 유동성공급이 끝난 저가 ELW를 대량으로 매집한 뒤 허수주문, 통정매매로 가격을 끌어올린 뒤 추격매수에 나선 개인들에게 떠넘겨 부당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켈퍼 대상으로 수사가 마무리되면 다행이지만 이같은 불공정혐의 불똥이 증권사로 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권사입장에서는 검찰수사에 타깃인 스켈퍼들은 놓칠 수 없는 VIP고객이다. 빈번한 초단위거래로 막대한 수수료수입을 안겨줘 스켈퍼들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실제 ELW의 경우 소수의 큰손들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약 0.1%의 개인계좌가 전제거래대금의 약34%를 차지한다. 큰손들이 증권사를 갈아타면 시장점유율이 달라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W투자증권이 지난해 6월 브로커리지점유율 약 10%로 K증권을 제치고 1위에 올랐던 것도 ELW시장에서 큰손을 유치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전산프로세스 특혜, ELW시장발전에 찬물
문제는 증권사들이 스켈퍼 유치과정에서 전산프로세스의 차별화 같은 특혜를 제공했냐는 것이다. 거래소가 일괄적으로 시세를 제공하는 주식과 달리 ELW의 경우 증권사의 지위는 공급자이자 수요자이다. 주식, 지수 등을 기초로 삼아 콜, 풋 ELW를 발행하는 동시에 원활한 거래를 위해 LP공급자로서 매수, 매도호가를 제시한다. 일부 증권사는 이 같은 지위를 활용해 스컬퍼만을 위해 전산상으로 주문프로세스를 차별화하는 등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점관계자는 “지점단말기지급과 협의수수료는 업계의 관행이고 문제될 것이 없다”며 “하지만 큰손들이 주문 및 체결속도가 빠른 시스템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검찰이 스켈퍼의 고빈도매매형태의 경우 시세조작을 입증하기가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생상품전문가는 “시간을 두고 매집흔적을 남기는 주식과 달리 ELW스켈핑은 수초만에 사고 팔아 시세를 조작해 개인에게 물량을 떠넘겼다고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때문에 검찰이 시세조작보다 증권사와 스켈퍼의 전산특혜 같은 불공정협의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한편 이번 수사로 ELW시장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kova워런트도입 등 시장건전화를 위해 자정노력을 하는 과정이어서 충격은 더 크다. 익명을 요구한 파생담당애널리스트는 “1,2차 ELW개선안이 본격화되며 시장건정성을 높일려는 시기에 갑작스런 수사로 그간의 자정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이번 수사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이 더 큰문제 “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고빈도거래는 선진시장에서 일반적인 매매패턴인데, 우리나라에선 투기로 오해받는다”며 “스켈핑의 장단점을 함께 고려해야지 부정적인 면만 부각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