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금융산업은 ‘판도변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지각 축이 통째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대두한 국면이다. 이들의 가세로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이익과 규모 늘리기 경쟁의 본격화가 불가피하다. 준비된 책략이 어느 정도 정세에 부합하며 주도면밀한지, 대한민국 대표 금융사 위상을 넘볼 만큼의 조직력과 영업력을 곧바로 구현할 수 있을지 금융계와 고객들 모두 냉정하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금융그룹 전체만 이끌어야 하는 입장과, 금융그룹 및 주력자회사를 함께 경영해야 하는 입장 또는 그룹 안에서 맏형역할에 집중해야 할 입장이 같을 순 없다.
하지만 저마다 천착해야할 중점과제엔 차이가 있더라도 이 시대 금융계 CEO들은 내실과 성장의 동시구현을 통한 생존경쟁을 숙명으로 안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대우증권 구용욱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지배구조 확정이 거의 끝난 만큼 건전성과 수익 등 모든 실적을 정상화해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는 동시에 대외여건을 포함한 거시 변수 및 금융권 판도변화에 대응하기가 만만치 않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청한 민간 연구기관 간부는 “중소기업 고객층 강화에 몰두하기에 적합한 지방은행이 아닌 대형은행들은 사업라인을 리테일, 도매금융, IB 어느 쪽을 특화 또는 복합화 할 것인지 중대한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살폈다.
이어 그는 “내적인 경쟁력 비축이 전제돼야만 더 큰 성장기반으로서 국내 M&A든 공공금융영역 재편이든 또 아니면 해외 M&A든 주도권을 쥐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3일 오후 취임한 신한지주 한동우 회장에게는 지난해 처했던 위기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날려버릴, 일대 도약과 혁신을 본궤도에 올리는 일이 급선무라는 게 은행권의 중론이다. 아울러 KB금융 어윤대 회장,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 등 주요 금융그룹 수장들과 모든 영역에 걸친 ‘경쟁 우위’ 확보에 집중하면서 민활한 단기와 중장기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꼽힌다.
한동우 회장은 23일 “차별화 없는 생존은 곧 퇴보”라며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가 치열한 금융전쟁 속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경영전략 실행에 시동을 걸었다. 앞서 산은지주 회장 업무를 14일 시작하고 22일 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강만수 회장은 전략과 전술 다듬기에 한창임을 22일 내비쳤다. 강만수 회장은 “민영화나 금융공기업 재편 등의 현안은 금융당국의 큰 그림에 따라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도 “대형화와 국제화는 필수”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강 회장은 “(대형 M&A나 금융공기업 역할 재편과 관련) 중심에 서겠다거나 주도권을 쥐겠다고 선언한 다른 CEO들의 생각은 좋은 생각”이라며 “사람은 경쟁 속에서 발전한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당장 강 회장은 오는 4월 경영전략 워크샵에서 소매금융 재설계를 비롯해 기업금융과 IB분야 경쟁력 극대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내정된 이순우 수석부행장은 24일 주주총회를 거쳐 취임하는 즉시 달음질 칠 태세다. 이순우 내정자는 우리금융그룹 행장 추천위원회가 22일 확정 발표한 직후 “최고의 상품과 최상의 서비스로 다가가기 위해 강점인 기업금융 중심으로 금융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은행장”으로 자리매김 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 내정자는 또한 “우리금융그룹 차원에서 민영화 대응방안이 정해지면 우리은행이 최전방에서 앞장설 것”이라며 “만약 메가뱅크가 추진되더라도 우리은행이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행권 관계자들은 앞서 달려온 다른 CEO들에 이어 이들 CEO들이 가세함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이익과 규모의 동반 성장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같은 경쟁구도의 바탕 위에 대외 변수를 비롯한 경제환경 변화에 강한 은행으로 올라서기 위한 다툼 뿐 아니라 M&A 등의 지각 변동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희윤 기자 simmoo@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