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의 ‘新 4강 체제’가 도래하게 되면 국내 금융시장은 지난 1996년의 신한ㆍ조흥 은행 합병 이후 6년 만에 제2의 빅뱅이 본격화되는 셈이다. 앞으로 이어질 우리금융지주 매각, 산업은행ㆍ기업은행 민영화 작업이 더해지면 금융시장은 대격랑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되며 장기적으로는 한국 금융산업의 체질을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들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이나 증권사 등 자회사들을 통한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는 등 글로벌경영에도 적극 나서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시장이 금융회사간 인수.합병(M&A)이 필요할 정도로 포화 상태에 도달한 데다 선진국 시장도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아시아 시장이 새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 은행권 해외 네트워크 구축 통한 시장 공략
KB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회사들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통합추세와 아시아지역 경제의 급성장에 대응해 해외진출을 꾀하고 있다. 핵심 타깃 지역은 경제 성장이 빠른 중국권, 남아시아권(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이다. 이들을 연결해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이들 4대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자회사를 통해 현지 사무소, 지점, 현지법인 설립 등을 지속 추진하고 해당 시장을 충분히 숙지한 뒤 지분투자, 합작법인,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현지화 영업을 도모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지난 2007년 베트남 호치민에 사무소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현지 금융당국에 지점 설치를 위한 승인신청을 받은 상태로 올 6월 지점 설립을 앞두고 있다.
2007년 7월 설립돼 지난해 12월 위안화 영업허가를 받은 광저우 지점은 올해 4월 위안화 영업을 개시한다. 인도 뭄바이에도 사무소 개설을 준비 중이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조만간 외환은행 지분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올해를 글로벌 톱 50 금융그룹의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만약 외환은행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하나금융지주는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막강한 해외 네트워크를 갖추게 된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해외진출 전략을 통해 핵심역량을 이전하고 현지화 영업을 펼침으로써 현지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은행산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장기적인 해외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증권사도 홍콩시장 등 글로벌IB 공략 확대
지난 2009년 2월 자본시장법이 시행된 지 2년여가 돼 가지만 당초 기대했던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탄생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삼성증권을 필두로 대우증권ㆍ우리투자증권ㆍ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해외 네트워크 확충을 통한 IB부문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단 이들은 최근 몇년간 국내에서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업무 경험과 해외사무소 개설을 통해 마련된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IB사업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는 이미 경쟁이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IB부문을 강화하는 것이 보다 경쟁력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증권은 유상증자와 인력충원 등을 통한 해외법인 확대 개편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우선 홍콩을 아시아IB 사업의 전진기지로 삼고 IPO, 증자, M&A, 자기자본투자(PI) 등 IB사업 전반을 담당하는 거점 역할을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2009년 8월 기존 현지법인을 확대 개편한 `삼성 시큐리티즈 아시아’를 출범시켰으며 1억 달러의 유상증자를 단행, 현지 글로벌 증권사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채비를 갖춘 상태다.
대우증권도 올해 해외 주요시장에 이미 상장돼 있는 우량기업의 2차 상장에 집중하는 한편 해외기업 IPO에 대해서도 우량기업을 선별적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전략으로 IB부문을 강화시켜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산은금융그룹 금융사들과의 보다 체계적인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 조직 통합 운영 및 공동 영업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에셋증권도 베이징ㆍ상하이ㆍ홍콩 등 중화권과 브라질 등 중남미, 영국과 미국 등 영미권 등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IB부문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현지 해외법인을 활용해 해외 증권사 등과 연계한 사업을 추진, 해외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해외진출 활성화와 함께 대형사들간 M&A를 통해 글로벌 IB로 도약할 수 있는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최근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간 합병 시나리오는 사실 여부를 떠나 글로벌IB의 탄생에 대한 시장의 요구를 반영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미 이러한 금융기관 대형화를 통한 글로벌 IB 육성 의지는 금융당국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말 취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금융기관 대형화를 통한 글로벌 IB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대형 글로벌 금융기관이 탄생할 필요가 있다”면서 “초대형 글로벌 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있는 IB를 반드시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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