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제 선진국의 금융개혁은 위기발생시 충격을 최소화하는 금융시스템의 완충력, 금융산업과 유동성, 금융회사의 책임강화 등을 꾀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신흥국은 금융시장의 개방 및 개혁기조 유지에 따른 대외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는 금융부문의 선진화가 관건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서 우리나라 금융은 대외부문의 안정화, 금융시장의 책임강화같은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글로벌화로 금융부문의 장기발전 경로를 모색하는 등 1석 2조효과를 내야 한다.
국내 금융산업도 이같은 뉴패러다임에 대응하기 위해선 금융시스템개혁에 따른 리스크관리로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나아가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해 금융산업을 발전시키는 창과 방패를 겸비한 양동전략이 팔요하다는 지적이다.
◇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 시장성숙도 뒤쳐저
‘세계시장 반도체경쟁력 1위, 금융부문경쟁력 33위.’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성적표는 기타 제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그 잣대를 세계로 확대하면 그 성적표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국제경쟁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국제기관인 IMD, WEF의 평가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부문 경쟁력은 자본시장법시행으로 부분적으로 개선되고 있으나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실제 금융부문경쟁력(IMD발표)은 37위(‘06)→31위(’07)→40위(‘08)→33위(’09)로 여전히 30위권에 맴돌고 있다.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훨씬 뒤쳐진다. WEF가 내놓은 금융시장의 성숙도는 49위(‘06)→27위(’07)→37위(‘08)→58위(’09)로 바닥권에 맴돌고 있다. 이처럼 국내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는 국내금융회사의 규모 및 세계화 정도, 금융전문인력 등이 선진국에 비해 취약하기 때문이다. 덩치로 따지면 자산ㆍ자본 등 국내 금융회사의 규모는 주요국에 비해 아직까지 적다.
대표적으로 세계 1000대은행(08년 기준)은 미국 159개, EU 258개, 일본 97개이다. 우리와 비슷한 신흥국 카테고리에 속하는 중국 52개, 인도 32개, 대만 22개로 우리나라 10개에 비해 월등히 많다. 금융전문인력은 높은 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경쟁대상인 홍콩·싱가포르 등과 비교할 때 금융인력 비중(보조인력/전문가+관리자, %)은 영국 71.2/28.4, 홍콩 37.0/63.0, 싱가포르 30.8/69.1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이와 비교해 한국 86.7/13.3 수준으로 보조인력에 비해 전문가(10%대 수준) 비중이 훨씬 낮다.
이같은 글로벌경쟁력 하락은 수익성악화로 돌아오고 있다. 은행은 순이자마진이 2005년말 2.81%에서 2009.6월말 1.85%로 하락했으며 예대마진 밖의 비이자수익원도 신통치않아 이익창출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증권사도 순영업수익 가운데 위탁매매수수료의 비중이 약 60%, 자기매매수익이 20%로 해외IB에 비해 위탁매매 수수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투자은행업 및 자산관리서비스 부문 등 고부가가치 수익원은 답보한 상태다.
이밖에 보험사도 전통적 보험 이외에 종합금융서비스 사업부문의 성과 부진에 따른 수익원 다각화 정착 실패로 유수의 해외보험사들과 어깨를 겨루기는 여전히 미흡하다.
한국금융연구원 김병덕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은 제조업 등 여타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전략적인 성장동력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으나 아직까지 한국의 금융부문 경쟁력은 미흡한 수준”이라며 “아울러 국내시장에서 과당경쟁 및 쏠림현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돼 금융산업의 성장동력으로서의 역할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 글로벌경쟁력 향상으로 성장과 리스크 강화해 안정 기반 구축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글로벌경쟁력을 향상하고 선진금융시스템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과제론 금융산업측면에선 규모의 효과를 낳는 대형화작업이 필수다.
업권별론 은행은 산업구조변화에 대응하는 리딩뱅크의 탄생이 필요하다. 금융의 글로벌화가 급진전됨에 따라 밖으론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고 안으론 선진국의 거대은행들과도 동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선 리딩뱅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실제로도 우리나라의 경우 GDP 대비 최대은행자산규모가 불과 0.2로 주요국이 대부분은 0.5를 넘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약점을 타파하기 위한 단기과제로 정부소유은행민영화, 저원가성 수신기반 강화 등이 우선된다. 중장기적으론 안정적 성장유도, 수익기반 확충, 국내은행의 글로벌화 추진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달성할 구체적인 전략으로 신용평가기준개선, 대출심사자 전문성 확보 등을 통한 신용평가능력을 제고하고 복합직군제도입으로 인력을 전문화하고 영업이익경비율(cost-to-income ratio)을 개선하는 방안이 검토대상이다. 또 해외진출의 경우 앞서 진출한 제조업과 동반진출방식을 적극활용하고 현지은행과 컨소시엄구성, 합자방식 등에 따른 공조체계 구축으로 위험부담을 줄이는 내실화 작업도 선행돼야 한다.
금융투자업도 대형사 부재에 따른 부작용에 노출돼 있다. 시장을 선도할 대형사의 마켓리더 역할부재로 사업자간 저가수수료경쟁이 벌어지고, 사업구조도 손쉬운 브로커리지 쪽에 매달리는 등 저부가가치 중심의 수익성악화에 시달린다. 유가증권 인수수수료가 미국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대형사의 1인당 부가가치는 미국 26%, 일본 61%에 불과하다는 게 그 방증이다.
자산운용업도 특정부문에 전문화된 전문운용사를 육성하고 판매채널 다양화로 판매시장경쟁을 촉진시키는 등 운용산업의 경쟁력제고가 필요하다. 보험도 전통적인 보험영역을 벗어나 펀드, 자산관리 등 종합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신상품개발, 자산운용다각화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 성장과 안정 등 한국형 자본시장모델도 시금석
글로벌 경제의 다른 축인 금융산업 안정화는 각종 제도개선으로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성장과 안정 등 두마리 토끼를 잡는 제도적개선을 함께 추진중이다.
은행의 경우 자본·유동성 규제(BaselⅢ), SIFI(권역내 중요 금융기관) 지정 및 감독 강화, 외부 신용평가등급에 대한 의존도 축소 등 제도손질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BaselIII 도입을 위한 관련 규정개정처럼 조속히 국내도입이 필요한 사항은 민간전문가 등의 광범위한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부터 관련 법령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경영지배구조도 개선된다. 금융회사 경영의 투명성ㆍ효율성 제고 및 기능별 감독체계 마련차원에서 내년중에 추진중인 금융회사 경영지배구조법(가칭) 제정이 대표적이다. 이 개선안에 따르면 일정규모 이상의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사외이사가 이사총수의 과반수가 되도록 의무화되는데, 일정수(예:3인) 이상 사외이사를 두되 이사회의장은 원칙적으로 사외이사로 선임(단, 사외이사 전원 동의를 받은 경우 예외)된다.
아울러 금융투자업은 전문화ㆍ특성화도 촉진차원에서 프라임브로커 업무 관련 제도를 정비토록했다. 즉 사모펀드에게 증권대차(Securities lending), 대출 등 자금지원, 수탁·보관, 펀드관리 등에 물꼬를 열어 헤지펀드도 활성화될 방침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산업의 성장과 안정에 따라 시너지를 내기 위해선 시장상황에 따라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요구된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의 화두인 경쟁과 혁신을 최대한 살리고 시장불안요소에 대해선 유동성규제, 사전모니터링 구축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등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내실과 성장 등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금융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만큼, 이를 기초로 ‘한국형 자본시장의 미래像’을 정립할 방침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산업을 시장 player가 스스로의 발전 노력으로 창의와 혁신이 넘치되, 투명성과 공정성은 철저히 갖춰진 시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금융의 장단기 발전과제 〉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