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동남아 등 미운오리펀드들의 선전
“2010년 펀드시장은 보릿고개 형국이 뚜렷했다. 리먼발 사태로 펀드불신이 깊어진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환매러시가 붐을 이룬 것이 대표적. 여기에 절대고수익 자문형 랩의 부각과 베테랑 펀드매니저들의 잇단 자문사 설립은 운용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업계 내에서도 그동안의 매너리즘를 벗고 투자자들의 니즈와 시황변화에 능수능란하게 대응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된 모습이다.
자문형 랩의 대응에 맞선 소수압축 포트폴리오 펀드와 월지급 분배형 펀드 등 주식형 펀드 라인업이 한창 다양해진 것은 성과로 꼽을 만 하다. 저렴한 보수의 ETF가 바야흐로 전성시대를 맞은 점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자본시장법 이후 펀드 면허세 등 각종 세 부과로 운용업계는 바람 잘 날 없는 한해를 보내야만 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통속에서 국내 증시는 2000P를 돌파했고, 다시금 펀드로 사그라졌던 투심이 부활 할지 관심이 모이는 시점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선방한 각 펀드 유형들을 살펴보는 한편, 2010 업계 주요 이슈를 살펴보며 펀드시장을 되짚어 보는 ‘2010아듀! 펀드시장’ 결산을 연속 2회에 걸쳐 연재한다.
◇ 성장통 겪은 국내주식형펀드 모처럼 만개
코스피가 2000포인트를 뚫고 연고점을 경신하면서 대다수 국내주식형펀드들도 함박웃음이다. 올해 국내주식형 펀드의 두드러진 특징을 꼽자면 동일 유형간에도 펀드별 옥석가리기 차별화는 주목할 만 하다. 올 주식형 펀드중 최상위 성과를 기록중인 펀드들의 주요 테마는 바로 섹터ETF의 선방, 소수 압축 포트폴리오전략, 중소형주펀드로 요약된다.
실제 2010년 국내주식형 왕좌 펀드 TOP 10중 최상위권은 조선, 자동차, 그룹주 ETF가 독식했다. 올해 가장 우수한 성과를 차지한 섹터ETF로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조선주ETF’ (92.17%)로 무려 100%에 가까운 초대박 성과를 연출중이다. 동기간 국내주식형 유형평균(18.75%) 대비 발군의 실력을 뽐낸 셈.
ETF를 제외한 주식형펀드 중에선 압축포트폴리오 펀드 유형인 프랭클린템플턴투신의 ‘FT포커스펀드’가 가장 두각을 보였다. 올 해 자문형 랩 돌풍으로 비슷한 유형의 소수 종목 압축포트폴리오 전략 펀드가 러시였지만, 종목 차별화 장세 속에서 FT포커스펀드가 우월한 성과를 톡톡히 보인 셈이다.
이 펀드의 운용역인 프랭클린 템플턴 이해창 매니저는 “해당 섹터를 오랫동안 담당해 온 애널리스트들의 리서치와 종목 선정이 펀드의 가장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며 “즉 단순하게 지수를 추종하는 것이 아닌, 전문적인 리서치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것이 성과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한편, 연초 대비 국내주식형 TOP10 가운데선, 중소형주펀드의 선전도 눈에 띈다. 최우수 중소형주펀드로는 ‘KB밸류포커스펀드’ (43.48%), ‘알리안츠BEST중소형주식형’ (39.75%) ‘하이중소형주플러스증권투자신탁형’(38.93%)이 성과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KB밸류포커스펀드는 출시 1년만에 펀드 규모나 성과면에서 중소형주펀드의 명가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며, 그동안 소형펀드에 머물던 ‘알리안츠BEST중소형주식형’은 올 해만 4000억원 넘는 신규자금이 유입돼 대박펀드로 거듭났다.
중소형주 펀드 외에 TOP 10엔, 그룹주 테마펀드인 ‘현대현대그룹주플러스펀드(42.57%), 정통액티브 주식형 펀드 가운데선 ’골드만삭스코리아자증권투자신탁‘ (39.90%)이 순위에 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펀드애널리스트는 “2010년 국내 주식형 펀드 주요 특징으론, 각 유형별 운용사들의 펀드 성과가 극명히 갈려, 운용력의 진검승부가 판가름나 향후 투자 판단시 참고할 만 하다는 점”이라며 “이중 중소형주 유형의 펀드 성과가 두드러진 점은 주목할 만 하지만, 통상 중소형주 펀드는 급격히 자금이 유입되면 성과가 나아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과연 얼마만큼 일관되게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는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 中 독주시대 지고 ‘럭셔리·동남아펀드’ 훨훨
올해 해외펀드의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미운오리 펀드들의 역습이다.
지난 2007년 설정이후 이름값 못하던 럭셔리 테마펀드들이 올해 찬란한 성과로 부활한 것. 올해 각국의 내수 회복 기조에 따른 명품 관련 기업 성장 수혜로 럭셔리펀드 성과에도 크게 기여한 모습이다. 2010년 성과 해외주식형펀드 성과 TOP 10 안엔 대표 럭셔리 테마 펀드 3개 모두 나란히 최상위권에 랭크돼 화려한 성과를 뽐내는 중.
‘한국투자럭셔리증권투자신탁’(49.83%), IBK럭셔리스타일(45.35%) 우리글로벌럭셔리증권투자신탁 (44.24% )이 바로 그 주인공들.또한 인도네시아 등 그동안 브릭스 그늘에 가려졌던 동남아 프론티어 마켓 펀드들의 독주도 이어졌다. 동남아 프론티어 마켓들의 강세로 올해 최고 해외주식형펀드도 역시 관련 아세안 펀드가 차지했다. 2010년 해외주식형 최고 왕좌에 오른 펀드는 바로 ‘미래에셋맵스아세안셀렉트Q펀드’. 이 펀드는 싱가폴,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태국, 필리핀의 아세안 5개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로 기업의 실적, 밸류에이션, 모멘텀, 안정성 지표를 계량한 모형을 통해 운용되고 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채널마케팅본부 류경식 이사는 “올해 아세안 국가들은 중국 영향이 큰 지역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미국, 유럽과 같은 선진국 경기보다는 강세였다”며 “특히 중국과 아세안 지역과의 교역량이 지속적으로 확대중이라, 경제 규모는 중국 성장과 함께 향후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성과배경을 밝혔다.
이 밖에 2억명이 넘는 인구와 풍부한 천연자원 수혜로 ‘NH-CA인도네시아펀드’ (42.47%), 고공질주중인 금 값 수혜에 힘 입어 ‘블랙록월드골드자증권투자신탁’ (34.36% )등도 올 해 우수 해외펀드에 꼽혔다.
펀드 전문가들은 내년도 해외펀드 전략으로 저평가된 나라중 이익 성장력이 높은 국가 위주로 관심을 둘만 하다는 견해다. 올해 좋았던 럭셔리 테마나 동남아 국가들은 성과 급등에 대한 벨류에이션 부담이 존재한다는 것. 실제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동남아 등 해외자금이 가장 몰린 탓에 유동성 영향이 성과로 작용한 일부 국가들은 정부가 자본통제를 본격화 하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증권 펀드리서치 김용희 팀장은 “2011년 해외투자 이슈는 저평가와 이익성장 테마인데, 이를 충족시키는 나라가 현재 중국, 러시아, 인도”라며 “지난해부터 이머징마켓 대비 주춤했던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도 경기회복에 따른 여파로 상승 기미를 점칠 만 하다”고 내다봤다. 이어 김 팀장은 “인플레이션 헤지 대안으로 원자재중에선 금과 비철금속이, 그리고 리츠 역시 관심있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2011년 펀드 투자 어떻게?
앞서 언급했지만, 2010년 펀드시장은 국내주식형, 해외주식형펀드의 각 유형별 성과차가 극명한 옥석가리기가 진행됐던 시기였다. 그렇다면 2011년 펀드시장과 그에 적합한 투자전략은 과연 뭘까? 대다수 펀드전문가들은 최근 상승랠리에 맞춰 국내주식형펀드와 여전히 이머징국가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권고했다.
다만, 종목 차별화 장세를 염두에 둔 유연한 펀드 투자전략이 각별히 요구된다는 조언과 함께. 또한 주요 증권사들의 2011년 증시전망 평균 밴드선인 2400P선을 고려한다면,기대수익률은 15~20%선이 알맞다는 견해다.
푸르덴셜투자증권 펀드리서치 이정은 연구원은 “대형 성장주 펀드를 중심으로 하되, 종목별 차별화 장세에 대비해 저평가 매력을 지닌 펀드로 접근이 필요해, 주식형 펀드로 중소형주펀드와 IT섹터 펀드의 보완이 적합해 보인다”며 “하반기로 이어지면서 고위험 자산군 대비 ELF, 혼합형, 자산배분형, 분할 매매형 등 안정적 수익이 용이한 펀드 접근도 생각할 만 하다”고 설명했다. 해외펀드 조언과 관련해선, 여전히 중국 등 신흥국의 투자매력이 높다는 관측이다.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 이계웅 팀장은 “전반적으로 해외펀드 과세 라는 불리한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이머징펀드는 비중확대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신규투자자들은 중국본토펀드 위주로, 원자재가격 상승을 바탕으로 한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로 러시아펀드들도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 외에도 기존 주식형펀드 외에 이색펀드나 스타일 펀드 투자도 병행할 만 하다는 의견도 제기돼 눈길이다. 정통 주식형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성과 불신이 깊어진 시점을 반영, 투자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논리인 셈.
우리투자증권 펀드리서치 서동필 연구원은 “횡보장에서는 압축포트폴리오 펀드를, 변동성 확대국면엔 자동분할 매수전략의 스마트펀드, 등락이 반폭될 경우엔 레버리지 펀드와 인버스 펀드를 활용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앞서 언급한 펀드들은 증시가 대세 상승국면에 진입한다면 굳이 선택할 필요가 없는 상품인만큼, 주력 보단 틈새 투자메뉴로 활용 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 연초 이후 성과 최우수 국내주식형펀드, 해외주식형펀드 TOP 10 〉
(단위 : 억원, %)
(기준일 : 2010. 12. 9)
(자료 : 에프앤가이드)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