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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으로 제주에서 자수성가 꿈 이뤄

고재인 기자

webmaster@fntimes.com

기사입력 : 2010-11-10 22:09

제민신협 박성길 조합원

저축으로 제주에서 자수성가 꿈 이뤄
뭍사람들이 흔히 ‘제주도’하면 떠올리는 것은 아름다운 관광지의 모습이다. 탁 트인 푸른 바다와 해안도로, 곳곳의 비경. 그러나 이곳에서 생활을 꾸려가는 도민에게 제주는 육지 못지 않은 고된 노동의 장소다. 지난 30여 년 간 뼛속까지 제주도민이 되 위해 주어진 하루하루를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제민신협 박성길 조합원(54세).

1980년도의 제주도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하수 시설 하나 제대로 된 곳이 없는 미개발지역이 태반이었다. 박성길(54세)·노금희(50세) 부부는 결혼 직후 단돈 1700원을 가지고 제주도에 발을 디뎠다. 당시 하루 하숙비가 1인당 600원이었다.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수중에 남은 돈은 500원. 박성길 조합원이 택한 제주도에서의 제2의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10년, 20년 후엔 제주도가 관광지로 개발될 거라는 예상을 하고 어떻게든 이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야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가지고 오게 됐습니다. 노점상을 시작해 남들 보다 몇 배 더 노력하지 않으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시간이었어요.”

그 후 1년 넘게 박성길·노금희 부부는 하루 2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고 했다. 기댈사람 하나 없는 낯선 섬에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생활이었다.

장사 밑천이 없었던 박성길 조합원은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고 가장 늦게 귀가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남은 공간을 활용해 장사를 했다. 그 때 몇 달 동안 자릿세도 안 받고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준 이들의 도움도 컸다. 제주도에서 처음이자 유일무이했던 엑세서리 가게는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제주도에 정착한 지 3년이 지날 무렵 지하상가를 분양받아 드디어 부부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딴 ‘성금사’를 오픈하게 되었다.

“남편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고 따랐어요. 제주도로 와서는 특히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어요. 아는 사람 하나 없어서 처음에는 정착하기 어려웠지만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가족 같은 단골손님이 생기고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여력까지 생겨 너무 기쁩니다.”

눈가를 적시며 입을 떼는 노금희 씨. 장성한 두 아들을 육지로 떠나보낸 지금 박성길·노금희 부부에게 제주도는 더 큰 희망을 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부부의 피땀 어린 ‘성금사’가 문을 열게 된 데에는 제민신협과의 인연도 한몫했다. 분양자금을 마련할 때 첫 대출을 받은 곳이 바로 제민신협이었다. 이후 부부는 제민신협에 적금을 붓고 주머니에 돈이 들오기가 무섭게 저축하는 재미를 붙였다. 직접 가게를 방문해 은행 업무를 대신해주는 신협의 금융서비스는 시간내기가 버거운 부부에게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신협 직원분이 매일 방문해 주니까 알뜰살뜰 저축할 수 있었습니다. 적은 액수라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저축을 하니 금세 목돈이 되더라고요.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에 서로 믿는 마음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20년 넘게 인연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성길 조합원에게 ‘저축’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성실한 태도와 다르지 않다. 제민신협은 그의 곁에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한 걸음씩 따라와 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성금사’가 2호점, 3호점으로 번창하면서 박성길·노금희 부부가 세운 더 큰 목표는 제주도민에게 받은 도움을 되돌려 주는 것이다. 상가의 일부를 정리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도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다고 한다. 6년 전부터 ‘탑동해수사우나’를 운영하고 있는 박성길 조합원은 10월 26일 개최된 ‘제47회 저축의 날’ 행사에서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살붙이 하나없는 외딴 곳에서 저축 하나로 자수성가 한 사례는 우리네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어떤 성공신화보다 감동적이고 값지게 느껴진다.

그러나 박성길·노금희 부부가 더욱 아름다운 진짜 이유는 이웃과 고객 등 사람에 대한 사랑과 믿음으로 모진 현실을 극복한 데 있다. 상을 받지 않았더라도 여전히 빛났을 부부의 모습은 억센 바닷바람을 끌어안는 제주의 햇살을 닮아있다.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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