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2금융권 서민 포퓰리즘에 멍든다](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100728205033104302fnimage_01.jpg&nmt=18)
“서민대상 퍼주기식 대출은 인기영합주의” 지적
과연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개인 신용대출 상품의 금리는 얼마가 적정하나. 그리고 지나치게 낮은 금리(햇살론)로 ‘퍼주기식’ 대출은 문제가 없나 등 이명박 대통령의 ‘고금리 질타’로 캐피탈 업계와 금융당국이 분주해진 가운데 이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뜨겁다.
일단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들은 개인 신용대출 상품의 대출이자율을 낮추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는 한편 수익원 다각화를 위해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캐피탈 사들의 연 30%대 신용대출 금리도 고금리라는 지적과 금융당국의 전방위 압박을 두고 제도적 개선 등 근본적인 대책은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인기영합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출 고객의 신용등급에 따라 다양한 금리가 존재하는 건 당연하다”고 지적하면서 만약 이명박 정부가 현재의 서민 대출이 고금리라고 판단한다면 시장에 돈 공급을 늘려 해결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 신용대출 평균금리 30%대 적정한가
개인 신용대출 금리는 대체로 ‘시중은행-카드사-캐피탈사-저축은행-대부업체’ 순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은행의 가중평균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5월 말 기준으로 연 6.3%다.
하지만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카드사의 경우 카드론이 평균 19%, 현금서비스가 25%로 은행의 3~4배 수준이지만 제2금융권만 놓고보면 카드사는 그나마 양반 축에 속한다.
캐피탈사의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32%이고, 저축은행의 300만원 미만 신용대출의 금리는 33%에 달한다. 대부업체 금리는 무려 42% 수준이다. <표 참조>
이들은 신용대출 금리가 높은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하나는 조달비용이 많이 든다. 은행보다 조달금리가 높고 대출 고객을 모집하는 중개인을 많이 이용하는 특성상 대출액의 7~8%를 중개수수료로 지급해야 한다.
제2금융권의 고객이 주로 저신용자들이어서 대출 부실률이 높고 이것이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일례로 작년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을 포함해 0.8% 수준이었지만 6개 전업카드사들의 연체율은 3배 수준인 2.2%였다. 더욱이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3.0%로 높고, 대부업체 연체율은 19%로 은행 연체율의 24배 수준에 달했다.
A 캐피탈사의 고위 관계자는 “캐피탈사들은 여러 중간 단계를 거쳐야 하는 데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을 상대로 영업을 하다 보니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캐피탈사는 중간모집인을 통해 고객을 끌어오기 때문에 별도의 모집인 수수료도 지급해야 한다. 또한 평균 신용등급 6등급 이하의 저신용자가 대부분이어서 연체율과 대손비용, 리스크 심사 시스템 구축을 비롯한 일반 관리비용 등이 크다.
◇ 신용대출 금리 인하 불가피 할 듯
이같은 영업구조에도 불구하고 캐피탈사들은 일단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금리구조에 대한 실태조사 착수를 사실상 금리인하 신호로 받아들이면서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해 카드업계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이나 현금서비스 금리 인하 당시처럼, 대통령이나 정치권의 질타에 이어 금융당국이 나서는 ‘강제인하’의 모양새가 너무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B캐피탈사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내리라고 한다면 마진을 줄여서라도 내릴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도 “‘캐피탈사가 이 정도 이자를 받는지 몰랐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반대로 말하면 불가피하게 고금리를 감수하는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얘기로 들려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는 “억지로라도 상한금리는 낮출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결국은 대출을 거부당하고 불법 사금융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 수 밖에 없어 과연 맞는 방향인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캐피탈사의 신용대출은 현재 3조원 규모 정도이며 기업여신 시장이 위축되면서 대형사를 중심으로 신용대출 시장이 확산되고 있던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에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경우 저신용자 대출을 포기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캐피탈 관계자는 “금리인하를 통해 수익성이 떨어질 경우 굳이 저신용자 대출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며 “캐피탈사들이 30%대 금리를 취급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 이용하던 서민층이 바로 40%대 금리를 이용하게 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캐피탈의 신용대출은 일정부분 서민금융시장에서 중층구조를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대부업체들이 40%후반대, 저축은행이 30% 후반에서 40%대 금리를 형성했다면 캐피탈은 30% 초반대 금리로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구조가 형성됐다.
그러나 캐피탈사들이 금리인하 대신 저신용등급 고객을 거절하면서 평균 금리대를 낮출 경우 10%정도의 낮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대적 우량고객들도 무조건 40%대의 금리의 대출상품을 이용하게 된다는 것.
◇ “영업규제 완화 선행돼야…” 지적도
이에 따라 철저한 업계 조사를 통해 무조건적인 인하 요구보다는 먹거리를 만들어주는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신용대출 비중의 증가는 타 영업부문에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C캐피탈사의 최고경영자는 “수익성만 보전이 된다면 금리인하는 가능한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규제완화 방안과 함께 금리인하를 추진할 경우 적극적으로 정부시책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피탈 업계는 신용대출 금리를 낮추는 방안으로 여신업계의 영업규제 완화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겸영업무(다른 금융법령의 인가 또는 등록업무)확대 및 부수업무의 네거티브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
여신협회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은행법, 보험업법은 이미 시행 또는 개정완료된 상황이지만 여전법에서만 여전히 포지티브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출업무 영위기준의 완화를 통해 서민금융 확대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D캐피탈 관계자는 “서민금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전업법상 대출업무영위기준 50%룰을 완화해야 한다”며 “50%룰은 여신전문금융사가 총 채권의 50%를 초과해 소비자에게 대출해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과거 카드대란 때 카드사의 부실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됐던 것으로 캐피탈사와는 무관하며 오히려 영업활성화에 발목을 잡고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현행 중소제조기업 대상 sale&lease back 거래를 중소기업 대상 일반리스 거래로 확대하는 부동산리스대상 확대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D캐피탈 관계자는 “수신기능이 없는 캐피탈사의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먹거리를 만들어주고 이같은 시장에서 자율경쟁하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특히, 규제완화를 통해 업무범위가 확대될 경우 경쟁을 통해 대출 금리가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시장원리 무시한 정책” 부작용 우려
한편 이 대통령이 서민들에게 갈아타라고 소개한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이 지나치게 저금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리나라 미소금융의 금리는 연 4.5%이다.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이 정도 금리로는 추가적인 지원이 없으면 지속적인 영업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멕시코의 소액 서민 금융회사 평균 금리는 연 70%로 조사된 바 있으며, 2006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조사했을 때 아시아의 서민 대출 금리는 연 30~70%에 달했다. 미주개발은행(IDB)이 2008년 조사한 전 세계 서민 금융회사의 수익률은 연 19~27%였다.
국내 비용을 따져도 마찬가지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미소금융은 은행과 대기업이 대출 재원을 냈기 때문에 조달 비용은 ‘제로(0)’이지만, 대손비용(떼이는 돈)과 운영비용을 감안하면 적어도 연 15%의 금리를 받아야 재원이 바닥나지 않고 지속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손비용은 대출액의 5~10%, 운영비는 5~10%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가 문제 있다고 한다면 금융회사의 팔을 비틀기보다는 캐피탈사 대출을 대체할 수 있는 자금의 공급을 늘려서 금리를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과거 서민들에게 ‘퍼주기식’ 카드 대출을 가능하게 했다가 경제 전체가 흔들렸던 경험이 있다. 바로 2003년 카드 대란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신용카드 발급을 느슨하게 하는 규제 완화를 했다가 신용불량자만 400만명을 양산했다. 서민들도 돈을 쉽게 쓸 때는 좋았지만 결국 금융 거래를 할 수 없게 되면서 큰 피해를 봤다.
고금리가 시장에서 걸러질 수 있도록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는 게 우선이다.
서민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캐피탈사의 금리가 고금리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부실 대출 증가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포퓰리즘 정치 논리에 의한 인위적 시장개입이라는 지적이 있다.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시장원리를 무시하는 포퓰리즘 정책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의 고금리 문제를 지적한 것에 대해 “높은 사람들이 너무 자세하게 또 너무 단호하게 그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듯한 일을 하는 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캐피탈사의 금리가 고금리인지 아닌지는 경제적으로 판단할 일”이라며 “자칫 시장경제논리로 가질 않고 정치논리 내지는 선심 논리로 문제가 풀리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 많이 터지게 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의석·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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