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증시의 변동성으로 랩의 수익률도 들쭉날쭉하는 가운데 투자자보호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자문형랩 활짝, 1조원 돌파
최근 투자자문사를 연계한 자문형 랩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며 뭉칫돈이 흐르는 추세다. 실제 금융위에 따르면 증권사 자문형 랩상품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증했다. 지난해 3월말 284억원인 잔고는 불과 1년 사이에 6516억원으로 20배 넘게 불어났으며 지난 4월말엔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기도 했다.
자문형 랩은 투자일임업을 겸영하는 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자문을 받아 일임계좌를 운용할 것을 약정하고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해 운용하는 구조다. 펀드환매자금이 자문형 랩 쪽으로 쏠리는 조짐이 보이는데,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운용사의 주력 상품인 펀드는 편입비중제한, 수익자총회규정 등 규정으로 시장상황에 재빠르게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반면 자문형 랩은 투자비중, 회전율 등 제한이 없다. 장이 좋으면 주식비중을 100%, 나쁘면 현금비중을 100%로 늘리는 식으로 탄력적인 자산배분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자문사의 컨설팅(종목+비중)능력에 따라 수익률이 제각각인 점이다. 같은 운용스타일을 추구해도 종목, 비중, 타이밍 등에 따라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다. 반면 운용사의 주력상품인 펀드의 경우 시장대응력은 랩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나 시장이 하락해도 종목한도, 편입비율 제한 등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다. 이 두가지 상품만 떼놓고 비교하면 랩은 펀드에 비해 고수익, 고위험의 성향에 가깝다.
◇ 투자자보호 VS 랩시장위축 우려
하지만 운용업계의 불만은 펀드와 랩이 투자위험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투자자입장에선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데 있다. 특히 자문형 랩이 1대1 계약상품임에도 집합주문으로 사실상 펀드처럼 운용돼 투자자혼란을 피하기 위해서도 관련 규정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운용사 관계자는 “자문형 랩은 종목한도, 최소편입비율 등의 제한이 없는데, 투자자들은 펀드처럼 위험이 분산된 상품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B운용사 관계자도 “자문형 랩이 관리 한도가 거의 차며 상위사에서 중하위권 회사로 확대돼 투자자들이 거의 막차를 타고 있는 느낌”이라며 “리스크는 커지고 있는데, 펀드처럼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오인하면 그 피해를 투자자들이 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자문업계는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분위기다. C자문사 관계자는 “주식형 펀드규모가 약 100조인 것에 비해 자문형랩은 1조원 수준”이라며 “펀드, 랩은 고객별로 타깃이 달라 고객니즈를 보완하는 관계”라고 말했다.
집합운용논란에 대해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최근 대형증권사와 제휴해 자문형 랩을 선보인 D자문사 운용본부장은 “1대1 개별 계약으로 전환하면 계좌단위 별로 일일히 주문을 내야 하는데, 이를 소화할 인력이나 능력이 있는 자문사가 몇개가 되겠느냐”고 반문한 뒤 “이제야 기지개를 펴고 있는 랩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금융위는 “자문형 랩 자체엔 별 문제가 없으나 투자일임상품 등 집합운용문제의 경우 투자일임, 신탁 등 1대1 계약상품의 개별성 유지요건을 제정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최성해 기자 haeshe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