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경영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고객신뢰에 바탕을 둔 다양하고 전문적인 서비스, 튼튼한 자산건전성 등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는 호랑이의 면모를 보일 것이란 다짐이다.
지난해 금융위기의 긴 터널을 뚫고 나오면서 금융권의 세밀한 리스크 관리시스템과 정부의 적절한 정책집행으로 큰 탈 없이 전반적인 회복국면을 맞았으나, 오히려 2010년이 지난해보다 더 큰 위험요인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도 위기극복이라는 큰 주제에 집중적으로 역량을 모을 수 있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각각 다른 색깔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위기가 끝나간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던 최근 대한통운과 대우건설 인수와 금융위기를 맞으며 풋백옵션 관련 유동성 위기에 내몰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지난해 위기 초반 대외변수에 취약한 국내 금융시스템에 따라 한때 혼선을 겪었지만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통해 내성이 강해진 위기극복 DNA는 한국 금융권에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더블딥(경기회복후 재침체) 논란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해 말 두바이 사태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의 악재는 올해도 얼마든지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 보다 변동성이 커지는 국내시장의 한계를 체험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금융위기는 한국 금융에 과제와 해결책 모색의 모티브를 제공해줬다는 평가다.
또한 위험요인이 부각되면서 금융권은 외형 위주의 공격적인 성장전략보다는 안정적이고, 투명한 경영 속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내실 위주의 전략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경제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금리인상기를 맞을 것으로 보이는 2010년 1분기 이후 글로벌 출구전략 시행 등은 우리 금융시장에도 불확실성을 보다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그동안의 위기대응 과정 속에서 임시적인 대응책보다는 근본적이고, 중장기적인 금융시스템의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이 개최되는 올해는 한국 금융의 글로벌 위상 제고의 가장 좋은 호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책은행과 정부 지분보유 은행의 민영화를 둘러싼 일정은 올해에도 이어지며, 업계 재편의 핵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의 규제 강화 속에서 새 수익원 발굴도 시급한 실정이다.
자본시장법 시행은 금융투자업계에 기회임과 동시에 책임과 의무도 무겁게 지우고 있다.
다양한 투자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동시에 투자자보호 강화에 따른 영업의 제약도 적지않다.
탄소배출권 거래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파생상품청산소 도입, 자산유동화 상품의 공시 강화, 헤지펀드 도입,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위한 분비, 퇴직연금제도 활성화, 채권거래시스템 개선 등 예고된 과제 또한 즐비하다.
여전히 진행형인 금융위기와 달라지는 금융 패러다임 속에서 치열하지만 건전한 경쟁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한국 금융으로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이 튼튼해야 실물부문의 회복을 보다 더 지원할 수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한국 경제의 성장과 도약을 이끌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