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불안감을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에 주력해온 2009년은 성과도 없지 않았지만, 올해도 탄탄대로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증권가는 새해를 맞아 수익창출능력 제고에 목소리가 높다.
안정성이 높은 리테일 부문의 영업력을 강화하면서도 IB부문의 성장과 자산관리 영업기반을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실적개선과 양호한 수익창출을 통해 위기국면을 슬기롭게 넘긴 증권가는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는 절실한 목표가 있지만 외형성장보다는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사들이 크게 늘지만, 정작 인수·합병(M&A)을 통한 업계 재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형 IB를 모색하며 대형화와 전문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업계는 금융위기 이후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한때 증권가 전반에 M&A 바람이 불었던 과거와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동양종금증권과 동양선물이 올 3월초 합병하고, 메리츠증권과 메리츠종금이 이어 4월초에 합병키로 하는 등 금융그룹내 계열사간의 작은 덩치키우기는 예고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사례는 대형화라기보다는 변화한 금융환경 속에서 경영을 효율화하고 서로간의 업무 노하우 등 강점을 공유할 수 있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푸르덴셜투자증권의 매각 의사가 밝혀진 후 KB금융지주의 인수 가능성이 점쳐 지기도 했지만 해를 넘긴 올 초까지도 KB금융지주는 회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에 휘말리고 있다.
금리 인상과 출구전략 시행 등 증시에 비우호적인 재료들이 올 상반기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증권사들은 보다 치열한 영업경쟁을 벌여야 할 판이다.
지난해 경기회복과 증시의 상승으로 비교적 선방한 증권사들은 올해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이미 지난해 말 대부분의 증권사가 이에 따른 조직개편과 인사이동을 마무리짓고, 리테일 강화와 마케팅 경쟁력 제고, 상품 및 자산관리 서비스의 강화의 포석을 마쳤다.
펀드판매 부진과 CMA 자금 유입이 미미한 가운데 규제강화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슬림화되는 부서 및 조직도 끊이지 않았다.
반면 자산관리 부서의 세분화를 통해 고객의 눈높이별 맞춤 서비스 전략을 보다 세밀하게 짜는 사례도 나온다.
마케팅과 상품담당 부서 및 조직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배속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여기에 올해 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에 따른 퇴직연금 의무화가 점점 다가오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도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IB부문의 재편도 어려운 국내외 환경 속에서 수익원을 다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우리투자증권이 ECM, DCM 그룹으로 IB사업부를 분할한 것은 그같은 사례다.
증권사들은 올해 변화하는 금융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를 높이고 있다.
증건사들간의 경쟁 및 은행, 보험과의 업권간의 경쟁을 넘어서 해외에서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해외현지법인 설립 등을 통해 아시아 금융시장 진출의 터를 닦아놓았고, 점차 경제회복이 진행되는 가운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겠다는 것이다.
동양종금증권 유준열 사장은 “인적자원 육성과 업무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훈련에 대해서도 어떠한 지원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의 몇 년은 1등 금융투자회사가 될 수 있는가를 판가름하는 참으로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부문별로 균형적인 발전을 모색하는 것도 증권사들의 추진목표다.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위해서는 브로커리지에만 안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인영업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동부증권 등은 지난해부터 리서치센터를 강화하고, IB와 법인영업 부문의 강화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이처럼 난관이 예상되는 가운데 효율적이고, 실속있는 경영을 위해 증권사들이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조직문화 창출에 있다.
지난해 취임 이후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은 지난해 조직개편 당시 조직문화혁신 담당을 신설하기도 했다.
임직원의 사기 뿐만 아니라 인재육성과 전문화 등에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정회동 대표이사 역시 신년사를 통해 신한은행의 사례를 언급하며 통합과 효율의 조직문화 구축을 강조했다.
IBK투자증권 이형승 사장도 “일관성 있는 소통과 신뢰, 배려가 중요하다”며 “고객을 풍요롭게 하는 것에 모든 임직원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