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위기 심화 국면에서 800선까지 내려앉았던 국내 증시의 이같은 빠른 회복력은 IT와 자동차 등 주력 수출기업들의 높은 실적개선과 맞물렸다.
각국 정부의 유동성 확대 정책이 구사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우리나라 증시에 대한 높은 매력도에 따라 집중적인 자금유입이 이뤄지며 국내 증시를 떠받친 주요 동력이 됐다.
그러나 2010년을 맞이하는 국내 증시는 주요 변수와 주변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내년 상반기중 단행될 것으로 관측되는 기준금리 인상과 전반적인 출구전략의 구사 여부와 방식에 따라 증시에 대한 영향력도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안정과 회복의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잠재적인 대외 불안요인에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국내 증시는 기조적인 상승흐름을 이어왔지만 연말 불어닥친 두바이발 악재와 동유럽 등에 대한 우려감은 국내에서도 비껴가지 못하고 있다.
금호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신청 등은 그동안 외쳐왔던 상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사례가 됐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조망하면서도 금융위기의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위기의식의 부각으로 해석된다.
결국 향후 증시는 위기와 기회 요인이 상존하겠지만, 일각의 비관론자들은 자칫 더블딥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추락이후 더딘 회복도 글로벌 주요 증시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고, 중국의 자산버블 우려 등도 부담을 더하는 요인이다.
금융투자업계는 반면 대체로 긍정론이 지배적이다.
하나대투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열린 내년 전망 설명회에서 “중국 주도의 세계 경제 회복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제회복이 지연되더라도 대중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증시는 이에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센터장은 “내년 1분기까지 성장세가 지속되다가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력이 하반기에는 글로벌 출구전략 시행과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며 회복세가 다소 주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 이재광 리서치센터장도 “더블딥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2010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제시한 바 있다.
국내 증시의 침체국면을 보다 이른 시점으로 내다보는 견해도 있다.
대신증권 구희진 리서치센터장은 “4월경 중국의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으로 증시 충격이 예상된다”며 “연초 강세 이후 2~3분기 조정, 4분기에 완만한 회복의 흐름을 탈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시장 전망 가운데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신규업무 진출 등이 단계적으로 이뤄진 금융투자업계의 내년 수익다변화 전략은 보다 공격적인 모습을 띌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와 공모펀드 등 세제혜택 일몰, 금융투자 전문인력 자격제도 간소화, 코스피200옵션 야간거래, 채권거래 전용시스템 구축,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상장, 헤지펀드 도입 등이 이뤄질 예정이다. 반면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 부과 등은 증시 전반에 경쟁력을 보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줄을 잇고 있다.
결국 대내외적으로 기회와 불안요인이 혼재하면서 보다 세밀한 전략으로 시장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본격적인 영업환경의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금융투자업계는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성이 정체되고, 이는 신규 시장선점 노력 등 업권내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관련 제도의 변화와 시장경쟁으로 조정장세 속에서 자산관리 부문의 실적은 정체될 것”이라며 “IB부문에서 기업들의 자금수요 확대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자산운용 부문은 MMF 수탁고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주식형 및 채권형 수탁고 증가에 힘입어 총수탁고는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반기 기업 밸류에이션 매력 부각에 따른 주가 상승과 대체투자처 부재 등에 따른 이같은 흐름은 자산운용사 수익성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강조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