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는 금융소외자를 위한 서민대출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비과세 예금을 활용한 서민대출 활성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이 비과세 예금을 취급하지 못해 실질적인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 등이 제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안은 저축은행이 비과세 예금을 취급하도록 해 비과세 예금의 일정부분을 서민대출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협, 새마을금고, 농협 등의 적극적인 반대 로비로 이번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비과세 예금을 취급하고 있는 신협, 새마을금고, 농협 등이 1% 이상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저축은행으로 고객을 빼앗길 것을 우려했다는 것.
A저축은행 관계자는 “신협 등 지역조합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상호금융기관들이 저축은행이 비과세를 취급할 경우 금리 경쟁이 되지 않아 비과세 취급을 못하도록 지역 의원들을 통해 반대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로 의원들이 차일피일 일정을 미루다 법사위에서 제대로 논의도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내년에 정부는 서민대출 활성화를 위해 신협, 새마을금고, 농협 등에 비과세 예금의 일정부분을 서민대출에 사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융위의 2010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비과세 예금혜택을 서민대출과 연계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는 전체 대출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서민에 대한 신용대출을 하도록 한다는 것.
지금까지 신협, 새마을금고, 농협 등은 비과세 예금의 일몰 없이 지속적으로 연장해오면서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은 서민대출에 활용이 안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신협, 새마을금고, 농협 등 지역상호금융기관 등의 예대비율이 60%대로 낮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6월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예대비율은 54.2%, 신협은 65.4%, 단위농협은 71.8%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민금융비율도 32.1%로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예대비율이 낮다는 것은 서민들의 자금을 받아 서민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비중보다 각 중앙회에 예치해 유가증권 투자 등으로 운영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9년 9월 현재 비과세 예금 한도 확대 후 상호금융기관의 수신이 220조원으로 전년 대비 23조원(12%)이 증가했지만 여신은 약 170조원으로 전년 대비 5조원(3%) 증가에 그쳤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조합 등은 거래자에 대한 신용평가시스템 미비 등으로 적극적인 서민대출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에 따라, 예탁금의 상당 부문이 지역 서민에게 대출되지 못하고 중앙회에서 유가증권 등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저축은행은 대형사의 경우 개별적으로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했으며 지방 중소형사의 경우 중앙회의 신용평가시스템을 이용해 서민대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예대비율은 올 6월말 기준 86.8%, 서민금융비율은 84.0%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말뿐이 아닌 서민금융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저축은행을 포함한 모든 서민금융기관들에게 공평하게 비과세를 허용하거나 폐지해 금리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서민들이 낮은 금리의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서민금융기관별 예대율 및 서민금융 비율 현황(‘09.6월 기준) 〉
(단위 : %)
* 각 기관별 통계자료 및 한국신용정보 자료 참조
상호금융 등의 서민금융 비율은 통합 비율임
고재인 기자 kj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