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및 국책은행 노사는 지난해 경제불황 여파로 고통분담 차원으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반납하고 올해연차휴가를 50% 의무 사용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직원들은 여름휴가때도 기껏해야 3박4일에 그치는 휴가에서 10일 이상 장기휴가를 떠날 기회가 왔지만 기쁘지만은 않다.
이미 월급은 반납 또는 삭감으로 월급봉투는 얇아진 가운데 연차휴가까지 모두 사용하게 되면 그나마 미사용분에 대한 수당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말까지 장기 휴가를 써야하는 만큼 시간도 촉박해 특별한 계획도 준비하지 못한 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임금삭감으로 월급이 줄어든데 이어 연차휴가 수당까지 받지 못하면 월급봉투는 더 얇아질 수 밖에 없다”며 “휴가를 신청하긴 했지만 기분좋게 갈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은행들도 휴가를 보내야 하지만 속내는 그리 편하지만도 않다. 연말을 앞두고 1년 결산을 해야 하는만큼 할일이 태산이지만 내부 지침인만큼 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영업점의 경우 장기휴가의 공백을 남아있는 직원들이 대신할 수 밖에 없어 업무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A은행 관계자는 “연말이 다가오는 만큼 결산업무로 할일은 쌓여가지만의무사용키로 한만큼 갈 수 밖에 없다”며 “다음달 휴가를 떠나지만 업무의 부담과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가 보인다”고 전했다.
B은행 관계자도 “보름가까이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직원들은 한달의 절반 이상 업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옆 동료나 부하직원에게 일을 맡기고 가 업무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과 은행원들은 겉으로 표현은 못하지만 반강제 휴가인만큼 반갑지만은 않다.
당초에는 임금을 삭감하고 쓰지 않은 휴가에 대해 지급해야 하는 연차·월차 수당비용을 절감해 고통분담을 나누자는 취지였지만 지금은 오히려 불황에 떠밀려 반강제로 떠밀려 휴가를 가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휴가를 오래 가는 것은 재충전 기회로 삼을 수 있지만 월급 불황에 떠밀려 반강제 휴가를 가는만큼 직원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