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적인 경기회복세를 반영해 향후 중기 전망을 낙관적으로 봤던 시장 분석가들 사이에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의구심이 부각되고 있다.
무엇보다 달러 약세 추세 속에서 국내 증시 체질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는 점이 향후 수급불균형 등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세가 다소 주춤하고, 급등하던 원자재 가격 등도 오름폭이 둔화되는 모습이지만, 문제는 글로벌 경기회복의 정도가 국가마다 크게 차이가 나고 있는 점이 부담이다.
올들어 국내 증시의 수급상황을 보면 ‘외국인 매수-기관 매도’라는 큰 틀을 보여왔다.
펀드 설정액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증시의 기초체력은 점차 약화되면서 외국인 매매 의존도는 다시 심화됐다.
최근에는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동시에 급감하는 등 시장의 활기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의 일중 변동폭은 평균 30포인트에 육박한다. 상대적으로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적은 움직임에도 출렁임이 커져가고 있는 것. 최근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5조원을 밑돌고 있는 모습이다.
21일에는 거래대금 5조1883억원, 거래량 3억6000만주 가량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작은 외부 악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곤 한다.
1700선을 돌파하면서 매도세로 전환했던 외국인이 돌아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외국인에 좌지우지되는 매수주체의 부재는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증시의 움직임은 환율이나 미국, 중국 등 대외변수에 따른 외국인의 행보, 프로그램 매매에 따라 징검다리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21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화 급반등 영향으로 장중 1184원까지 치솟는 등 하락 하루만에 상승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13.1원 급등한 1179원으로 마감됐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1100억원 이상 순매수에 나섰지만 코스피지수는 개인의 매도로 전날보다 5.29포인트(0.31%) 하락한 1,653.86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의 급반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하락추세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씨티그룹은 내년 3분기에는 달러당 1050원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환차익을 겨냥한 외국인의 매수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100원선 밑으로 떨어지면 외국인의 국내 증시 투자 메리트가 없어지면서 수급공백이 우려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기업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한때 1만선을 회복한 뉴욕증시도 경기회복에 대한 속도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증폭되며 주춤하는 모습이다.
향후 실업률이 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과 주택경기 관련 지표들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에 대한 비관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조정은 글로벌 경기회복의 불균형 때문”이라며 “유동성 공급으로 금융분야 회복은 가파르게 진행됐지만 실물부문은 여전히 회복이 느리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머징마켓과 선진국간의 경기회복의 정도가 다르다”며 “이번 조정이 내년 2분기까지 이어지며 저점을 1350선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그동안 환율 효과와 정책효과에 대한 약화로 향후 기업실적 모멘텀은 크지 않을 것이며, 달러약세 심화, 국제유가 등 불안한 원자재 가격, 단기급등에 따른 부담, 외국인 매도 전환시 수급공백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국내 증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동양종금증권 원상필 연구원은 “여전히 원화는 저평가된 상황”이라며 “원화가치는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이전 수준의 84%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달 중순 이후 원/달러 환율 하락속도 둔화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 매수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원 연구원은 또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이 무조건적인 국내 기업 이익 악화로 이어진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국내 기업의 수출가격이 제조원가에 비해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익 개선 추세를 의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는 증시 침체에 대해서도 “지난 2003년 이후 거래량 저점은 연중 고점의 50% 수준에서 형성됐다”며 “올해 연중고점의 30% 미만 수준까지 거래량이 급감한 것은 바닥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환율, 유가, 기업이익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환율 하락속도 둔화, 기업 이익대용치 상승, 4분기 기업 영업이익 추정치 상승전환 등에 따라 추가적인 상승시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 이일훈 연구원도 “조정지속 보다 글로벌 증시 공조를 통한 추세적 상승 가능성이 높다”며 “원화강세에도 추세적인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증시도 실물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호조에 따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국내 증시에 긍적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