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노조, 무능한 경영인’따위의 제하로 신문과 방송이 크게 떠들썩했습니다. 유력일간지의 만평에 등장할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그 바람에 석탄공사가 방만경영의 모델처럼 부각되었고 저는 자연스럽게 ‘무능한 경영인’으로 전락되었습니다. 이쯤 되면 가족들까지도 바깥출입을 눈치 보게 됩니다. 저도 사람만나기가 꺼려집니다. 일일이 해명하자니 책임회피 같고 가만있자니 바보가 되는 것 같고 그렇습니다.
그 시련의 과정에서 저는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교훈을 얻었습니다. 사노라면 본의 아니게, 그리고 사실과 다르게 여론의 뭇매를 맞고 홀연히 사라질 수도 있음을 배웠습니다. 세상만사가 자기 뜻과는 다르게 돌아갈 수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오늘의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 ‘교훈’중에서도 인간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위로의 효과
한 가지 질문을 하겠습니다. 당신의 친구 중에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이 있을 때 전화를 걸어서 위로를 하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만사가 귀찮을 테니까 당분간 가만히 놔두는 게 좋을까요?
사실 이런 경우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겁니다. 상대가 상을 당했다거나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쉽게 결론을 내립니다. 전화를 걸든지 직접 찾아가서 위로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만약 승진에 누락되었거나 사회적 이슈가 되어 ‘창피를 느낄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은근히 판단이 헷갈립니다. 위로를 할까, 아니면 시간이 좀 지나서 충격이 완화될 때까지 가만히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실제로 저의 경우에도 괜히 전화를 했다가 심기를 더 혼란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지레 짐작하여 전화걸기를 망설인 사람이 꽤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유형은 사람의 기질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어느 자리에서 위의 질문을 던졌더니 7:3의 비율로 전화를 하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런 경우에 전화를 걸지 않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편입니다. 상대방의 심기까지 미리 헤아려서 말입니다. 그러나 제가 당사자가 되면서 깨달았습니다. 위로를 하는 게 맞다고 말입니다.
평소 상상하던 것과 실제는 다르더군요. 친지들의 전화를 받고 나니 훨씬 마음이 가벼워지고 위로가 됨을 알았습니다. “내 옆에 함께 해줄 사람들이 있구나”하는 위안이 매우 컸습니다. 거꾸로 아무도 전화를 하지 않고 찾지 않았다면 어떻겠습니까? 많이 외롭고 고통스러웠을 게 뻔합니다.
두 번째로 느낀 것은 역시 가족의 소중함입니다. 주요 방송의 메인 뉴스에서부터 회사 이름이 거론되고 제가 들먹거려질 때 무엇보다도 가족에게 미안했습니다. 창피했습니다. 본능적으로 뉴스 채널을 외면하게 됩니다. 기가 죽습니다.
이때 저의 의기소침함을 떨쳐준 것은 심각한 상황에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던 딸아이의 한마디였습니다. 아침 출근을 위해 현관을 나서는 데 등뒤에서 말했습니다. “아빠, 힘내세요. 아빠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우린 알아요. 누가 뭐래도 우린 아빠 편이에요.” 그러자 아내와 아들 녀석도 덩달아 응원의 말을 건넸습니다. 그 순간 가슴이 찡하며 얼마나 용기가 솟았는지 모릅니다. 역시 힘든 상황일수록 최후의 보루는 가족입니다. 입으로는 늘 가족의 중요성을 말했지만 이번에는 온몸으로 그것을 느꼈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족의 철저한 신뢰와 응원만 전제된다면 쉽게 극복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응원하세요
유명한 소설가인 공지영 작가가 이런 말을 한 것을 기억합니다. 기자가 “어떤 남자를 (남편감으로) 원하세요?”라고 물었을 때 “어떤 상황에서도 내편을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대답한 것 말입니다. 그 후 다른 인터뷰에서 “어떤 친구가 좋으세요?”라는 질문에서도 같은 답변을 한 것으로 압니다. 아마도 그 분의 베스트셀러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그런 삶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이 많이 힘들고 지칠수록 위로와 응원이 필요합니다. 주위를 한 번 휘둘러보십시오. 가족은 물론이고 상사나 부하, 또는 동료나 이웃들 중에 위로받고 응원 받아야 할 사람은 많고도 많습니다.
위로해 주십시오. 전화를 거세요. 그리고 힘찬 응원을 보내세요. 그러면 상대도 힘이 솟고 결국은 당신 스스로에게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