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 가치와 위험수준을 파악하기 어려운 금융상품은 시장에서 격리 되어야
미국 최고의 미술대학으로 꼽히는 RISD(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존 마에다 총장은 “기술의 혁명적 발전이 ‘과도한 복잡함’으로 도지면서 정작 인간이 압도당하게 됐다”면서 ‘단순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마에다 총장은 한국에서도 이미 〈단순함의 법칙(The Law of Simplicity)〉이란 책으로 이름이 알려진 세계적 디지털 컨설턴트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미디어 아티스트, 컴퓨터 과학자이다. 그는 단순함의 미덕에 주목한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기술이 인간에게 힘들고 고된 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사람이 진보시킨 기술이 오히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역설(逆說)이 어디서 오는가? 기술이 발전할수록 통제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왜냐? ‘단순함의 상실’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구글·필립스와 통신회사, 금융회사 등 수많은 일류 기업들이 단순함의 기준을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금융 공학의 ‘과도한 복잡함’으로부터 초래됐다는 지적이 있다. 따라서 ‘단순함’을 통해 인간의 눈높이로 기술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일차적이며 결정적인 요인은 단기 급등한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금융기관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과 여러 가지 회사채 등을 한데 묶어 거대한 자금풀(pool)을 만들고 이 파생상품을 다시 여러 조각으로 쪼개서 전세계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이런 과정에서 부채담보부채권(CDO), 대출담보부채권(CLO) 등 파생상품이 대규모로 발행됐다.
이번 금융위기는 기본적으로 미국 투자은행의 과도한 부채(레버리지) 사용과 복잡한 파생상품 출현으로 금융감독당국의 감독 및 규제가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1997-98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근본적으로는 투명성 결여가 원인이었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금융시장은 투명성을 담보할 만한 금융 인프라가 미비했다. 신용평가, 리스크 관리 등이 체계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리스크 관리가 부실한 것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그러나 첨단금융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된 원인은 무엇인가?
규제완화와 정보기술의 발달은 경쟁을 촉진한다. 또한 경쟁은 금융혁신을 촉진한다. 이에 따라 신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금융공학 등은 다양하고 복잡한 파생상품을 개발했다. 한 동안 규제완화, 기술의 발달, 경쟁, 혁신, 신상품 개발 등은 금융발전의 주요 요인(key words)으로 강조되었다.
그러나 이들은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위험관리의 장애요인이 되어 금융위기를 초래하는 주범이 될 수도 있다. 금융혁신은 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무제한의 금융혁신, 무절제한 규제완화, 절제받지 않는 탐욕, 등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투명성이 결여된 복잡한 파생상품의 자산가치 및 리스크 측정은 사실상 누구도 알기 어렵다. 투자자는 물론 감독당국, 신용평가기관 등도 첨단금융상품의 위험과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거래에 대한 적절한 규제감독은 어렵다. 허술한 금융감독과 규제공백은 금융혁신(파생상품 개발, 등)을 촉진했으나 과도한 복잡성을 통제하지 못하고 금융시스템의 위기관리에 실패함으로써 위기를 초래했다.
미국의 금융시장이 발달했지만 규제완화, 금융혁신 및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에 따른 첨단 금융상품의 출현은 리스크 관리를 어렵게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도 규제완화에 따라 금융거래의 투명성이 훼손된 것이 원인이다. 금융시장이 낙후된 신흥시장국 뿐 아니라 첨단 금융시장을 자랑하는 선진국에서도 금융위기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다.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시장참여자들이 금융회사가 노출된 위험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산 가치와 위험수준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는 금융상품은 시장에서 격리되어야한다. 복잡한 파생금융상품 등 신상품에 내재한 위험을 줄이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상품구조를 단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