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칼럼] Basel II,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62817443495388fnimage_01.jpg&nmt=18)
데이터 관리 수준을 제고해 리스크 측정치의 신뢰성 높여야
최근 수년간 은행권의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주된 관심의 대상은 ‘Basel II 규제자본 체계로의 이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가 1990년대 중반 은행권에서 리스크관리 관련 업무를 수행할 때만 해도 은행들의 주된 관심사는 대출거래 차주의 부도로 인한 손실이나 시장성 거래에 내재되어 있는 손실 가능성에 대한 측정 및 관리보다는 자금의 조달과 운용 부문간의 금리 GAP이나 유동성 GAP을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자산 규모를 확대하여 순이자마진(Net Interest Margin)을 높이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
당시 은행들에 대한 규제자본 산출 기준이었던 Basel I의 경우 차주 및 거래의 신용리스크 수준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단순한 구조로 개별 은행이 직면하는 실질적인 리스크를 반영하기 어려워 은행들의 리스크관리능력의 차별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었으며, 전행적 리스크관리를 위한 실질적인 지표로 활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신용리스크관리 관련 업무도 은행의 주요한 경영의사결정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기 보다는 기획부서나 영업본부 내에서 수행하는 부수적인 업무 정도로 인식되어 실제적인 중요성에 비해 그리 주목을 받지는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대내적으로는 IMF라는 초유의 위기상황에 대한 경험과, 대외적으로는 Basel I 체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Basel II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리스크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새롭게 인식되는 계기를 맞게 된다.
Basel II 체계 하에서 규제자본은 신용 및 시장리스크 뿐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영업활동에 필수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운영리스크를 새롭게 포괄하도록 대상 범위가 확대되었으며, 신용리스크에 대한 규제자본을 산출하는 모형의 경우 이른바 경제적 모형과 유사한 구조를 채택하여 각 은행의 신용포트폴리오에 내재되어 있는 리스크 실질을 반영한 규제자본이 산출될 수 있고, 이러한 규제자본량이 실질적인 리스크관리 지표로 활용될 수 있는 체계로 변화되었다.
금융회사들간의 수평적 비교 가능성 및 차별성 강화를 위해 규제자본 산출에 필요한 각 위험요소 추정모형에 대한 최소기준이 도입되어 추정모형의 논리적 구조가 일정 수준 이상의 질적 기준을 충족해야 함은 물론이고, 그 추정모형의 기초가 되는 신용평가 및 부도이력, 부도계좌에 대한 회수 이력 등의 내부 데이터에 대해서도 상당한 질적 양적 수준을 요구 받기에 이르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국내 은행들의 경우 이러한 변화에 대한 요구를 능동적으로 수용하여 Basel II 최소기준 충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비교적 단기간내에 상당한 수준의 위험요소 추정모형에 대한 운영능력을 확보하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업무 프로세스 전반 및 리스크 관련 IT 인프라 측면에서도 상당히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수년간에 걸쳐 이루어진 이러한 놀라운 변화들을 지켜보며 적어도 은행의 리스크관리 분야에서만큼은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헛된 말이 아님을 실감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Basel II 최소기준을 넘어 섰다는 것이 리스크관리 수준 완성의 종착점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그 이유는 주로 데이터관리와 관련된 이슈 때문이다. ‘Garbage-in, Garbage-out’이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추정모형에 투입되는 기초데이터의 질적, 양적 수준이 리스크 추정치의 신뢰도 제고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Basel II 기준을 충족하는 위험요소 추정모형 분석 과정에서 경험했던 기초데이터 관리 측면의 이슈들 ? 부서간 데이터관리의 명확한 ownership, 데이터관리 프로세스 정비 등 - 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고, 무엇보다도 양질의 데이터 확보를 통해 위험요소 추정모형을 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회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임에 비추어 보면 엄격한 의미에서 리스크관리의 종착역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 이제 겨우 종착역으로 가기 위한 고개 하나를 넘은 셈인 것이다.
흔히 리스크를 아는 만큼 관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한다. 리스크를 안다는 것은 리스크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각 은행들이 추정모형의 운용 측면에서 비슷한 능력을 보유했다고 가정할 경우 궁극적으로 은행들간의 위험요소 추정치의 차별성을 결정짓게 되는 부분은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초데이터의 질적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리스크 및 수익성 관점을 고려하여 신용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기 위해 우량한 고객군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리스크관리 관점에서 고객을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대출금리 등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손실가능성을 평가하는 추정모형의 지속적인 개선 노력과 함께 신규 거래의 평가 단계부터 해당 거래가 소멸되는 시점까지의 데이터가 추정모형의 기초 정보로서 질적인 수준이 훼손되지 않으면서 관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위험요소 추정 모형의 질적 수준에 대한 모니터링뿐만 아니라 모형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에 대해서도 데이터 정합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정합성에 문제가 있는 데이터가 반복적으로 생성되지 않도록 일선 업무단위에서의 프로세스 개선 노력과 데이터관리 관련 역할과 책임(R&R)을 명확히 하는 작업을 계속하여야 할 것이다.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