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하반기 경기회복 둔화된다](https://cfn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09062118564095227fnimage_01.jpg&nmt=18)
수요측면 견인력 낮아…올해말 저점될 듯
우리나라의 경기회복이 청신호를 띄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기 저점을 통과했다는 분석은 섣불리 나오지 않고 있다. 원화가치 하락폭이 경쟁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아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유가하락으로 교역조건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크게 개선돼 소비위축을 완화시키고 체감경기를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 또한 정부의 경기부양책도 미국 등 선진국보다 큰 수준이며 이에 따라 성장에 대한 기여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통해 경기지표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기저점을 예고하는 지표나 분석들이 일관된 결과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경기가 저점을 지나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드는 시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경기저점 언제인가’란 보고서를 내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에 본지는 이 보고서를 통해 회복국면에 접어드는 우리나라 경기지표를 살펴봤다.
◇ 수출과 내수의 동시 반등
이 보고서는 지표의 개선 추세는 제조업 부문 생산활동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산업생산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월평균 3.2% 증가했다. 이는 연율로 환산할 경우, 즉 이 속도로 계속 12월말까지 성장할 경우 12월의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이 46.4%에 달하는 빠른 상승속도라는 것.
수요부문별로 보면 설비투자를 제외하고는 수출과 내수 모두 뚜렷한 개선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올해 1월 -33.8%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수출은 이후 바닥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물론 지난해에 비해 절대 규모면에서 크게 줄어들어 전년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20% 내외의 증가율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난해 초반에 수출이 빠르게 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년 중에도 지난해 초와 유사한 속도로 전기대비 수출증가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 역시 올해 2월 이후 전기 대비 완만하게 개선되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내구재 소비의 회복 추세가 뚜렷한데 지난해 하반기 중 급감했던 내구재 판매는 수출과 유사하게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 속에 전기 대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건설투자는 정부의 공공발주 확대와 부동산 경기 해빙 조짐 등으로 수요부문 중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이와 같은 경제 지표의 개선은 세계적으로도 빠른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1분기 GDP 성장률을 보면 우리나라는 전기비 0.1%의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한 것과 대조적이이라는 것. 미국이 -1.6%에서 -1.5%로 마이너스 성장이 유지됐고 일본과 유로지역은 1분기중 성장률이 더욱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유럽국가들의 성장률 역시 1분기중 더욱 악화됐다.
◇ 환율여건·경기부양 규모·교역조건 등 작용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경기회복이 빠른 이유가 우리나라 경기하락이 심했기 때문에 반등의 폭도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했다. 이외에도 대외의존도가 높은 데다 수출 주력상품이 내구재, 투자관련 중간재 등 경기변동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 제품들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 수출은 세계경기 급락의 영향이 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국내 외환시장의 불안도 빠르게 진정되면서 국내수요 심리도 되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단순한 반등효과 만으로 우리나라의 빠른 경제호전 추세를 설명할 수는 없다”며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보다 성장률이 더 크게 하락했던 대만, 태국, 멕시코 등은 금년 1분기중에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환율여건이나 경기부양 규모, 교역조건 등이 경기호전에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 일부 지표에서 저점 신호 나타나
이 보고서는 일부 지표에서 저점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선 재고/출하 비율을 나타내는 재고율 지수는 과거 경기저점에 0~6개월 정도 선행해 떨어지는 모습을 나타냈다. 현재 재고율의 정점은 지난해 12월로 이후 4개월 동안 재고율이 낮아지고 있어 재고신호로만 보면 경기가 저점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또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경기순환 국면에서의 선행지수의 확률분포를 이용해 향후 경기저점 도래확률을 계산하는 네프치 방법을 통해 보면 2009년 4월 현재 경기저점이 조만간 도래할 확률은 약 87%로 나타난다.
이 연구위원은 “보통 저점 신호의 임계치를 90%로 본다는 점에서 저점 신호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볼 수 있다”며 “과거의 경험을 보면 저점 신호가 도래한 이후 평균 6개월 이후 저점이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90년대 이후 경기수축기간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신호가 나타나기 이전에 이미 저점이 도래한 경우도 두 차례 있어 저점이 이미 도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아직 저점 단정은 어려울 듯
한편, 경기저점과 관련된 신호들이 혼재되어 있어 아직 저점도래 여부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경기저점은 경제의 장기적인 추세까지 고려해서 사후적으로 결정되는 것으로 향후 경제 상황의 전개방향에 따라 현재의 저점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경기의 저점 통과 여부는 향후 경제활동의 활력을 지속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얼마나 강한가에 대한 판단에 따르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수요의 회복과 함께 재고가 충분히 조정되어 수요확대가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현재 재고가 빠르게 줄어든 것은 경기회복에 긍정적 측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에 유리한 여건 점차 축소
반면, 우리나라에 유리한 여건이 하반기에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우선 경기부양이 직접적으로 우리 성장에 기여하는 부분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음 분기에도 같은 규모의 정책이 집행된다고 했을 때 전기 대비 성장률 증대효과는 없어지기 때문이라는 것.
이 연구위원은 “부양책의 효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에 따른 수요 증가가 민간의 소득 증가로 이어져 민간 수요가 확대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직은 민간부문의 수요회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고환율에 따른 이득도 점차 줄어들고 향후 교역조건도 다시 악화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4월 이후 원화는 빠르게 절상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월 60억 달러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 지속으로 외환보유고가 늘어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대한 외국투자자의 부정적 인식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적극적인 내수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현재의 경기국면에서 과거의 사례처럼 국내수요가 크게 활기를 띠면서 경기회복을 이끌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높은 가계부채를 조정해야 하는 소비자들이 소비성향을 높여가면서 소비를 할 정도로 낙관적이지 못해 금융기관을 통해 차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며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해 건설투자나 소비를 자극할 가능성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유리했던 환경들이 점차 소멸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국내경기의 상승 추세는 세계경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는 것.
금융기관의 기능 정상화 및 가계의 부채조정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을 필두로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기의 저성장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위원은 “아직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설만큼 수요측면에서의 견인력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하반기부터 중기 성장추세에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상황이 재개된다면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시작되는 시점은 올해 말이나 내년으로 미루어지게 될 것이며 이 경우 현재의 경기급락에 뒤이은 급반등은 일시적인 조정이라고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