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제유가가 지난해 상반기에 이어 재차 급등세를 띄면서 향후 인플레 우려는 보다 증폭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제유가 수준에서는 국내 증시에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향후 급격한 추가 상승이 이어지면 악영향도 불가피하다는 예상을 내놨다.
9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7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70.0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LME 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도 69.62달러로 70달러에 육박했으며, 국내 수입비중이 가장 많은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69.2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이후 급속하게 하향 안정세를 찾았던 국제유가의 가격이 다시 7개월여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같은 유가급등세는 미달러화의 약세와 중국 등 세계 경기회복 시그널, 이에 따른 원유재고분 감소 등에 의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양종금증권 이석진 연구원은 “유가가 80달러선을 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 자동차 판매 증가 등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의 작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인플레 헤지수요가 나타나고 있지만 헤지펀드의 활동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2007년처럼 투기세력이 유가를 좌우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회복 사인이라는 점에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긍정적으로 파악됐으나, 향후 급격한 상승을 지속할 경우 기업 체산성 부담에 따른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게다가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시중 유동성이 인플레 압력을 자극하게 되면 자칫 경기회복 초기에 재차 위기로 몰릴 수도 있다는 경계가 일고 있다.
수출기업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 무역수지 악화로 이어져 부담요인이 될 전망된다.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교통요금, 전기 및 가스요금 인상 등이 하반기 줄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천신만고 끝에 회복되는 소비심리에도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등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상승속도가 급격할 경우 전체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도 우려된다.
KTB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유가 상승은 한편으로 경기 반등의 신호로 볼 수 있지만, 비용 측면에서 생산 비용 상승을 유발하고, 기업들의 마진을 압박하며 가계의 소비 여력을 약화시킴으로써 경기 전반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박사는 올 3분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62.48달러, 4분기 61.36달러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