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일부 생보사들은 우체국보험관리사들의 소송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며 보험설계사들로 확대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체국보험관리사협회는 최근 부산지방법원에 국가를 상대로 약 200억원 규모의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소했다. 우체국보험관리사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는 우체국보험관리사는 민영 보험사의 설계사들과는 달리 우체국 특별법 운영지침에 따라 공무원에 준하는 업무지시 및 관리감독을 받아왔기 때문에 근로자성을 충족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우체국보험관리사가 2005년까지 출근 도장을 찍는 등 우체국의 근태관리를 받은 것은 물론 현재도 근태 상황에 따라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국세청에서 보험관리사를 근로소득자로 분류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일반 근로자와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이에 현재 소송에 참여한 우체국보험관리사만도 약 980여명에 이르며 퇴직금 규모를 산정하기 위해 3개월 수당명세서를 취합하고 있다.
현재 우체국보험관리사는 민영 보험사의 보험설계사와 같이 골프장 캐디와 학습지 교사, 레미콘 운전사 등과 함께 현행법상 특수근로자로 분류된다.
특수근로자는 자영업자에 해당돼 산재보험을 제외한 3대 보험과 퇴직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 우체국보험관리사들이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소하게 된 것은 “실적 수수료만 받아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
비록 채권추심 직원이 카드사를 상대로 승소한 판결이지만 보험관리사와 마찬가지로 기본급여가 없이 실적수수료만 받고 있는 특수근로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례가 생기면서 승소의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퇴직금 청구소송이 승소하게 되면 소송에 참여한 보험관리사들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은 물론 이와 유사한 소송이 민영 보험사의 설계사들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생보업계에서는 우체국보험관리사들의 퇴직금 청구소송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있다. 보험설계사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시작하면 힘든 법정싸움을 지속해야 하는 것은 물론 단체소송으로 인해 노조와 유사한 협의체가 탄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생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보험관리사들의 소송이 피고 대리인의 답변서가 제출되고 원고인 우체국보험관리사협회 소송대리인 변호사에게 지난 12일 전달된 것으로 안다”며 “그 이후의 소송진행 현황도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우체국보험관리사들의 퇴직금 청구소송이 승소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설계사와 같이 우체국보험관리사들도 위탁계약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그 판매 수수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 하지만 보험관리사들이 승소하게 되면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수백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두고 보험설계사와 법정 싸움을 하는 것은 물론 보험영업 조직 관리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관리사들이 승소하고 보험설계사들의 소송이 이어지게 되면 전속설계사제도는 축소되고 보험판매도 판매전문회사로 아웃소싱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ha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