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이 부위원장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의 상황은 서로 달라 기업들이 이미 부실화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직접 나서 죽이고 살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외환위기 당시 이미 부실이 드러난 부문에 대한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과는 달리 진행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 IMF 외환위기 때는 기업과 은행이 동반 부실화 된 상태였지만 지금은 기업과 은행이 그런 수준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날 이 부위원장은 “사전 구조조정이 불필요하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정부와 채권단이 사전 구조조정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채권단의 의사결정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실물 분야로의 유동성이 원활히 유입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는 시각과 입장에 따라 불충분 여부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경제가 악화되면 평소 우산을 안 쓰던 기업도 우산을 달라고 하고, 우산 한 두달 쓰던 기업도 일년동안 쓰려해 다른 기업들이 부족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특히 “여전히 불안한 국면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을 고려할 때 은행 대출이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지만 급격히 줄지 않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은행의 건전성 확보와 중소기업 대출 원활화라는 일면 상충하는 현안을 동시에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과 ‘부족’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전날 발표한 녹색 뉴딜 정책에 대해 “일자리가 그 어떤 복지보다 중요한 만큼 금융위도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한편, 기업 구조조정 진행이 탄력을 받으면서 이달 안에 중대형 건설사와 중소 조선사들의 구조조정 대상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가속화될 예정이다. 늦어도 설 연휴까지 구조조정 대상 선장 작업이 마무리 돼야 하기 때문에 이들 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는 만큼 채권금융기관들의 이해관계에 대한 적절한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재무제표와 경영현황, 영업전망 등을 파악하고 채권단 내의 다른 의견들을 조율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민간 주도의 구조조정 언급은 외환위기 당시와는 다른 현재 상황에 대한 고려다. 그러나 그만큼 채권금융기관들의 퇴출기업 선정 과정의 지연도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깊다. 다만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를 확대하면서 측면 지원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