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금감원이 지난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학연금을 비롯해 대한생명, 한국투신(2190만달러), 하나UBS(680만 달러), 한화(600만 달러), 산은자산운용(200만 달러), 알리안츠운용(210만 달러) 등 연기금을 비롯 국내 다수의 운용사들도 매도프 관련 직접투자나 재간접 헤지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것.
이들 연기금을 비롯한 운용사들이 모두 물린 금액은 원화 1307억원 규모로 대부분 ‘페어필드센트리’ 및 ‘프리미오셀렉트’라는 재간접 헤지펀드에 투자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중 대한생명의 경우 5000만달러를 직접 투자했고, 일부 금액인 2000만달러는 지난 11월 30일에 환매신청 했으나 아직 상환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운용업계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투자자들의 신뢰가 손상될데로 손상된 상황에 매도프발 금융사기까지 겹쳐 또 한번 신뢰에 금이 간 격이다.
실제 지난 9월 초 발발된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인해 관련 종목을 편입했던 ELS 등 펀드의 잇단 환매 연기신청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시점에 매도프발 금융사기까지 터지면서 그야말로 악재가 덮친 셈.
즉 개인투자자들의 신뢰가 손상된데 이어, 이번 매도프 관련 익스포져에 따라 기관법인들의 신뢰까지 퇴색돼 운용사 입장에서는 향후 운용자금 위탁에도 직간접적인 축소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리먼브러더스발 환매연기 사태와 매도프 금융사기 등 근래 잇따라 불거졌던 금융사기에 국내 운용업계가 물린 것은 결국 운용사들이 그동안 간판만 의식해 ‘묻지마투자’식으로 대응한 결과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이같은 제2, 제3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선 결국 운용사 입장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세계적 기준에 걸맞는 금융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한편, 금융기관 자체적으로도 글로벌 네트웍을 위한 리서치나 현지 금융기관과의 제휴를 도모해 글로벌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업계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잇따른 국제 금융 이슈에 국내 운용사들이 속속 피해를 입은 것은 결국 운용사 대부분 글로벌 네트웍이 부족하고, 국제적경험이 부족해 간판만 보고 투자한 결과”라면서 “이는 전반적으로 국내 펀드산업이 열악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투자할 대상의 실사여부나 리스크 파악보단 간판에만 치중한 ‘ 묻지마식’ 투자로 일관한 결과가 낳은 피해였다는 것.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이번 기회를 계기로 운용사에서도 체계적인 리스크 관리 전문인력 육성과 함께 세계적인 리서치네트웍 구축 등 한 단계 레벨업 할 수 있는 도약의 시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를 계기로 차후 발생되는 피해를 막고 질적인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이번 매도프발 금융사기를 반면 교사 삼아, 나아가 향후 국내에 헤지펀드 도입시 투자대상의 포트폴리오나, 프로세스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한국증권연구원 노희진 선임 연구위원도 “매도프라는 인물이 워낙 거물이고 전형적인 폰지 기법으로 고수익을 추구해 국내외 금융기관들의 투자 손실이 눈덩이로 불어났는데, 결국 간판이 아닌 투자 대상의 내부 리스크를 적시 파악했으면 이번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국내에 헤지펀드 도입을 앞두고 벌어진 사태니만큼, 국내 금융사 입장에서도 투자 대상에 대한 리스크관리 시스템 파악은 물론 관련 전문가 육성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 매도프발 폰지사기 국내 금융사 익스포져 규모 >
(자료: 금융감독원)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