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정부가 국책금융기관을 통해 금융권의 부실자산 매입을 확대해주거나 중소기업에 대한 지급보증 한도를 늘려 주는 등 금융시장 불안정요소 제거에 직접 나서면서 이들 국책금융기관들의 역할과 위상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캠코 증자 통해 부실채권 매입 확대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캠코에 대한 정부 출자금을 늘려 저축은행뿐 아니라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의 전 금융사의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채권도 일부 사들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부실 PF 대출에 대한 처리 방안을 다른 금융권에 적용할 수 있다”며 “캠코가 저축은행 외의 다른 금융회사와도 부실 채권 가격 협상을 벌여 적정 수준에서 합의되면 매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6월말 기준으로 금융권의 PF 대출 규모는 78조9000억원으로 은행 47조9000억원, 저축은행 12조2000억원, 보험사 5조3000억원, 증권사 3조원, 여신전문사 4조3000억원 등이다.
금융권역별 PF 대출 연체율을 보면 은행 0.64%, 보험사 2.4%, 증권사 6.6%, 여신전문사 4.2%로 저축은행 14.3%에 비해서는 낮지만 부동산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캠코의 주주이고, 캠코의 주요 업무가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 인수와 정리이기 때문에 저축은행 외의 부실 PF 채권도 자체 자금으로 사들이는 데 문제가 없다”며 “현재 진행 중인 전수조사 결과를 보고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중소기업 지원정책도 강화한다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도 중소기업의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 두 보증기금은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을 돕는 구원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적극적으로 보증과 대출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역할을 확대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보증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중소기업 유동성지원 추가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신보와 기보가 제공하는 중소기업 수출자금 보증한도를 기업당 3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늘리고, 시중은행에 한정된 수출입관련 지급보증의 보증 취급기관을 농협과 수협으로 확대한다. 중소기업 수출자금 보증비율도 현행 95%에서 100%로 높아진다. 수출자금이란 주로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무역금융, 수출환어음 매입, 수출환어음 담보대출, 수입 신용장 지급보증 등을 말하는데, 최근 신용경색으로 이 같은 수출금융 거래가 쉽지 않았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소상공인 담보대출에 대한 특별보증도 실시된다. 소상공인에 한해 내년 말까지 보유 부동산에 대한 담보 보완차원에서 보증기관이 심사를 거쳐 전액 보증서를 발급해주며 신규담보대출도 해당된다. 1차적으로 대출상환 압박이 심한 약 2000개 소상공인 기업에 대해 1조원 가량이 지원될 예정이다.
은행이 보증기관에 특별출연금을 내고 보증기관이 이를 바탕으로 해당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대출보증을 확대하는 ‘특별출연금보증제도’도 도입된다. 통상 적용되는 보증기관 레버지리 비율을 감안하면 출연 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들은 출연금의 20배까지 보증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 위상 제고와 민영화 연기도
결국 정부가 캠코와 신용보증기금 그리고 기술보증기금 등 국책금융기관을 금융위기를 잠재우는 소방수 역할로 활용하면서 이명박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였던 금융공기업 민영화를 정부 스스로 뒤집어엎는 모양새가 됐다.
수단과 방법을 가릴 수 없는 위기 상황이지만 정부 스스로 세웠던 원칙과 논리를 깨며 정책 신뢰도만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책금융기관들은 이번 금융시장 위기 진화의 소방수로 떠오르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캠코가 외환위기 극복의 주역으로 관심을 받았지만 공적자금 회수가 마무리되면서 때마다 ‘용도 폐기’설에 시달려왔다. 특히 지난 8월 부실채권 매입 및 정리 기능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 계획 등으로 속앓이를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캠코를 통해 부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채권 매입확대를 추진하면서 과거의 명성이화려하게 부활했다.
김의석·고재인 기자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