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6개월 등 단기 CP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장기로 대출해준 데 따른 자금운용의 미스매칭(만기 불일치)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캐피탈사의 경우 단기 CP(기업어음) 발행을 통해 회사채 상환 및 중소기업 영업 등에 활용하고, 저축은행의 경우 일부 회사들이 6개월 고금리 정기예금으로 수신확보해 우량 중소기업 대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캐피탈사, 3개월물 9%로 CP발행해 회사채 상환
캐피탈사들은 최근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아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회사채 만기가 연말과 내년 초에 몰려 있어 자금확보가 시급하다. 이에 일부에서는 회사채 상환을 막기 위해 상대적으로 발행이 쉬운 CP를 통해 단기처방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3개월물의 CP발행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
A캐피탈 관계자는 “캐피탈사들의 CP 발행은 원래부터 있었지만 최근의 경우는 1년에서 3년짜리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고 상환자금까지 부담이 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CP발행으로 우선 회사채상환을 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이스채권평가에 따르면 카드·캐피탈 채권의 발행은 큰폭으로 줄어든 반면 이들이 발행하는 CP는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CP발행은 10월 말부터 증가추세를 보였으며 지난달 첫째 주와 둘째 주에는 매주 9000억원 가량이, 셋째주에도 다소 줄어들었지만 3000억원대의 CP가 발행됐다.
한달사이 현대캐피탈은 3개월물의 CP를 7.4%에, 하나캐피탈은 4개월물을 7.69%, 6개월물 8.20%에 CP를 조달했다. 기은캐피탈도 1년물 CP를 8.54%에 조달했다.
상환기간이 짧은 CP발행은 과거 기관투자자들에 의해서 안정적으로 소화가 됐지만 최근에는 기관투자자들이 발을 빼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캐피탈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을 통해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B캐피탈사 관계자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캐피탈사들이 단기로라도 CP를 발행하기 위해 금리를 높여서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회사채의 경우 3년물을 6~7%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지만 최근에는 3개월짜리 CP도 9%대의 높은 금리로 개인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는 곧 역마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캐피탈사 관계자는 “낮은 금리로 조달한 장기자금 상환을 높은 금리의 단기자금으로 조달할 경우 역마진이 발생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단기자금 조달은 회사채 상환이나 장기자금운용으로 이어져 우려를 낳고 있다.
회사채 만기금액은 올 4분기 6790억원, 내년 1분기 1조1100억원, 2분기에는 1조2385억원이 되고 회사채를 상환해야 하는 여전사는 올 4분기 8개, 내년 1분기 10개, 2분기 8개에 달하고 있어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CP와 같은 단기자금 활용이 지속되거나 내년 상반기까지 장기자금 확보가 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 문제가 본격화 된다는 것.
신용평가사 한 애널리스트는 “영업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CP와 같은 단기자금을 지속적으로 회사채 상환자금이나 장기 대출로 활용할 경우 자산과 부채에 미스매칭 현상이 발생해 결국에는 보유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저축은행, 6개월 예금금리도 8.6%에 고금리
한편, 단기자금조달은 캐피탈 뿐만 아니라 저축은행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장기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수도권 중심으로 저축은행간 고금리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8.6%까지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1년 만기 금리와 비슷한 8%대로 내놓고 있다.
D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고객들이 자금을 단기로 운용하려고 문의를 많이하고 있다”며 “따라서 저축은행들도 연말 만기 상환자금과 내년 상반기까지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6개월 단기로도 높은 금리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W저축은행은 6개월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를 연8.6%로 인상했으며 심지어 3개월 예금금리도 8.3%로 내놓고 있다. 서울저축은행도 8.6%, HK저축은행은 8.5%, 대영저축은행은 8.2%로 수신경쟁에 나서고 있다.
저축은행들이 단기 수신자금에도 고금리로 경쟁에 나서면서 저축은행 수신정책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예금 만기 이탈을 막기 위해 단기 수신자금까지 확보해 영업에 나설 경우 자칫 경영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은행에서 밀려난 우량 중소기업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장기 대출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내년 상반기 상황이 어느 정도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자금을 풀지 않고 있지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고금리 상환 부담은 배로 증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는 저축은행들끼리 수신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고금리에도 수신이 안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단기 수신금리도 고금리로 가지만 향후 이같은 고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어 내년 상반기 역마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의석·고재인 기자
관리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