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국내 경제상황 악화로 각계에서 고통의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눈총을 받아오던 증권 유관기관들이 변화를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 임금 삭감·일부 인력도 조정 = 증권선물거래소는 29일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증권시장의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직원 임금 삭감과 동결 등 경영혁신 방안을 강도높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우선 이정환 이사장을 비롯해 상임 감사위원 등 상근 등기임원 전원의 연봉을 현재보다 20% 가량 낮출 계획이다.
또한 집행 간부 연봉은 10% 깎기로 하고, 부서장급 직원들의 경우에는 임금 반납을 유도하기로 했다.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한 증권예탁결제원도 임원 임금의 31.5%를 삭감키로 했다. 사장과 감사는 지난 9월 경영계약을 통해 전년대비 35% 삭감했다.
팀장급은 5.1%의 임금을 반납한다. 예탁원은 전년대비 직원 1인당 4~5%의 인건비 축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탁결제원은 앞서 27일 방만한 경영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조직을 종전 ‘24부서 53팀’에서 ‘26팀’으로 대폭 슬림화하기로 밝혔다.
현재 500명 수준인 임직원도 올 연말까지 20명 감축하고, 2010년까지 20명을 더 줄이기로 했다.
이같은 임금 삭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에 따른 국내 증시의 폭락과 막대한 손실 등 전반적으로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증시 회복 노력에 힘을 보태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임직원들의 임금 삭감 및 반납으로 절감된 비용은 사회공헌 활동에 전액 사용하겠다고 설명했다.
◆ 절감 비용으로 사회공헌 = 거래소는 이번 삭감을 통해 연간 약 11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올해 6월부터 시행중인 경상경비 등 비용예산 절감을 통해 120억원의 절감분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이를 침체된 경제 회복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기초생활대상자 및 차상위자 등에 대한 지원과 거래소 장기성장 기반 조성사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침체된 내수 경기의 진작과 나눔경영의 실천으로 미미했던 사회공헌을 보다 확대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내년 예산의 동결과 내실있는 편성을 통해 긴축경영에 나선다는 방안도 세웠다.
우선 업무추진비 등 섭외성 경비를 줄이고, 해외출장 여비 절감, 행사비 예산 축소 등을 통해 비용을 줄이되 신시장 개척 및 신상품 개발, 외국기업 상장유치, 이머징마켓 지원 등의 장래 성장기반 조성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아울러 거래수수료 체계를 바꿔 거래비용의 합리성도 제고키로 했다.
거래소는 지난 5월 거래수수료 20% 인하와 9월말부터 시행한 거래수수료 징수 중단 조치 등을 통해 총 수수료 인하 기대효과는 1504억원 선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외부 전문기관 용역을 통해 거래수수료의 원가 연동 등 체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개편해 합리성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보유중인 골프회원권과 콘도회원권의 매각과 누수되는 경비를 차단하기 위한 클린 카드제를 전면 시행하는 등 경영혁신을 위한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증권업계 감원 우려 심화 = 이같은 유관기관의 움직임이 이어지자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 단행에 대한 걱정은 깊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경쟁적으로 크게 늘여왔던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 지점 통폐합 및 체계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감원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의 태풍이 곧 다가올 것이란 불안감도 심화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신규 증권사들의 대거 진입으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 침체에 따라 실적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며 “내년 인사철을 앞두고 감원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도 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내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따라 증권업협회·자산운용·선물협회의 금융투자협회로의 통합을 앞두고 있어 중복된 부분에 대한 조정은 어떤 식으로든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움직임이 업계 전반에 대한 인수합병(M&A)를 유발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안팎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