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서민들의 생활고는 더욱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서민금융지원책의 하나로 야심차게 내놓은 신용회복사업은 답보상태인 것으로 나타나 명분뿐인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신용회복기금이 추진중인 금융소외자들의 연체채권 매입 및 채무재조정 작업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형 금융기관들과 협약서 체결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것마저도 쉽지 않아 11월 초로 예정돼 있던 금융소외자에 대한 금융지원이 잠정적으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캠코가 협의체를 구성해 협약서를 작성하고 있지만 일부 강제조항이 있어 이같은 조항을 수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협약서를 작성하는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매입률 조정하는 과정은 더욱 시간이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캠코 관계자는 “11월 초로 본격적으로 금융지원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협의 과정이 다소 지연돼 늦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10월 중순이후 은행권과 대부업체 몇 곳이 우선적으로 MOU를 체결할 예정이며 향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가 위탁받아 운영중인 신용회복기금은 연체채권 매입 및 채무재조정을 위해 은행 및 제2금융권이 대상인 금융회사협의회와 대부업체가 대상인 대부업협의회를 구성했다. 금융회사협의회는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중앙회, 삼성카드, 신한카드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대부업협의회는 러시앤캐시 자회사인 예스캐피탈, 산와머니, KJI 파이낸스, 웰컴크레디라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은행과 제2금융권으로 구성된 금융회사협의회는 어느 정도 의견조율이 이뤄져 이번 주 안에 협약서 체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부업체도 똑같은 내용의 협약서를 적용해 MOU를 체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업체의 경우 MOU를 체결하고 실질적으로 연체채권을 매각할 곳이 1~2곳 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서민금융지원이라는 명분이 퇴색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용회복기금 출범의 의의는 고금리에 허덕이고 있는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채무재조정을 통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대부업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처음 의도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자칫 최근 금융위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괜찮은 금액으로 은행과 제2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리해 주는 기관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용회복기금에서 제시하고 있는 연체채권의 매입률은 대출금의 10%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같은 기준을 제시한다면 은행이나 제2금융권 입장에서는 높은 매입기준이 된다는 것.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입장에서는 연체기간과 금액에 따라 달라지지만 10%선의 매입률은 사후관리 정산하고 정리하는 연체채권이기 때문에 괜찮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부업체의 경우 연체채권의 회수율이 높은데다가 매각가격이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어서 매입률 테이블 책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
B대부업체 관계자는 “현재 협약서와 함께 매입률 테이블을 만드는 작업중인 상황이지만 종전에 정부가 제시했던 매입률 10%는 말도 안된다”라며 “합의안이 도출되겠지만 이 수준보다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캠코 관계자도 “현재 매입 협상은 하고 있지 않지만 낮은 가격으로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의석·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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