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300선을 내주며 주저앉았고, 원·달러 환율도 1390원대를 돌파하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이번주 들어 심리적 과민반응과 불안요인에 대한 동요를 진화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는 정부당국의 일련의 대응들이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 “외화유동성 문제 없다” = 먼저 소화기를 들고 나선 것은 지난 6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광우 금융위원장이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장 간담회였다.
긴급 간담회에서 각 은행장들은 올 연말까지 외화유동성 관련 문제는 크게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는 수출 중소기업들의 외화유동성 부족이 지금보다 악화될 경우 당초 공급키로 계획했던 50억달러보다 더 많은 외화유동성을 정부가 공급할 것이라고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 관리관(차관보)은 “시중은행의 외화유동성 문제에 대해 정부가 스왑시장과 무역금융 재할인 등을 통해서 시중은행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장관도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들의 자구노력도 요청했다.
강 장관은 “외화증권과 해외자산을 조기에 매각할 수 있는 것들은 매각해 자구적인 노력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거래하는 대기업들의 해외예금에 대해 국내로 외화를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은행들에 요청했다.
이어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은행들이 국내기업들의 해외은행에 예치하고 있는 외화자금이나, 해외교포 외화예금을 국내 은행으로 유치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강 장관은 은행들이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고 자구노력을 게을리 하는 경우 페널티 금리를 물릴 것이란 엄포도 놨다.
전 위원장은 “은행은 공적인 성격으로 외환위기 때에도 엄청난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며 “중기 지원, 외화유동성 확보 등과 관련해 급격한 자금회수, 수출금융 축소 등과 같은 단기적 이윤추구보다는 장기적 상생 차원에서 접근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국책은행들이 신디케이트론(Syndicate loan) 등을 통해 해외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라며 “국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외자가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 “과도한 반응 자제를” = 이어 7일에는 신제윤 재정부 차관보와 이창용닫기

이창용 부위원장은 “최근 금융시장이 불안하긴 하지만 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고 외채규모도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외환위기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지표를 보면 적어도 3개월 정도 외부에서 자금이 조달 되지 않더라도 은행 스스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계적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이 미국과 유럽 등으로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만큼 세계경제가 회복되면 우리 경제도 동반 회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이어 현재 어려운 국면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외환보유액은 충분하기 때문에 과도한 반응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신제윤 차관보도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며 “현재 매달 공표되는 외환보유액이 모두 정부가 실제 투입할 수 있는 가용외환보유액”이라고 강조했다.
외환보유액은 미 국채 등에 안정적 채권 위주로 운용되고 있고, 지난 9월말 현재 보유액은 2397억달러 전액이 즉시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전 배포된 정부와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총외채 4198억달러중 환헤지용 해외차입과 선박수출선수금 등 상환부담이 없는 외채를 제외한 실제 외채는 2680억달러로 규모가 크지 않다.
이창용 부위원장은 이날 증시 안정을 위한 추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위원장은 “해외증시가 급락했지만 국내 증시는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며 “정부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대책을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와 당국의 적극적인 위기우려에 대한 해명성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26일 이후 하루를 제외하고 지속 하락하며 1300선 밑으로 내려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8일 1395.00원으로 마감, 외환위기 이후 10년만에 1400원선을 넘보게 됐다.
▲ 정부와 금융당국은 시장불안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주력하고 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