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폭락 하루만에 급속히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전날 사상 세 번째로 큰폭 폭락했던 국내 증시도 1420선을 회복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7.51포인트(2.70%) 오른 1425.26으로 마감됐고, 코스닥지수는 15.64포인트(3.64%) 상승한 444.93로 마쳤다. 원달러 환율도 1116.00원으로 44.00원 급락했다.
◆ 발등에 불 껐지만… = AIG는 구제금융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대출을 갚는 등 생존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게 됐다.
리먼브러더스가 몰락의 길을 걸었지만 개별 증권사나 투자은행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AIG를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보험사들의 특성상 보험 가입자 등 소비자들의 재산이 직접적으로 걸려 있고, AIG의 폭넓은 금융거래의 특성상 AIG를 방치했다가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넘어 경제 전반에 대한 감당하기 어려운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AIG는 세계 130여개국의 7400만명의 고객을 유치하고 있고, 1조1000억달러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AIG가 간판을 내린다면 금융산업의 손실 규모는 18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성명을 통해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의 차단의지를 보였다.
AIG의 몰락은 이미 신뢰에 흠집이 난 미국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더 심화시키고 자금조달 비용을 크게 높이는데다 가계의 자산을 감소시켜 경제의 활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토니 프래도 백악관 대변인도 “조지 부시 대통령이 FRB의 이번 조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AIG의 정부 구제에 따라 일단 시장의 불안감은 상당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긴급한 위기는 넘겼지만 위싱턴 뮤추얼 등 금융시장의 불안은 지속적으로 대기중이다.
또한 AIG에 대한 지원에 대한 대가로 경영진 교체와 자산매각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겠지만,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 ‘도덕적 해이’를 강조하며 대응했던 모습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이번 서브프라임 위기가 정점이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도 부담이다. 오히려 신용도가 한 단계 위인 Alt-A 모기지로의 확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경기가 성장률 둔화와 함께 인플레이션 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까지 동시에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IMF(국제통화기금)는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신용경색 여파로 1조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을 내놓기도 했다. 이중 5000억달러 가량의 부실을 털어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위기국면이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 외국인 순매수 1420p 회복 = 국내 증시에서 이날 외국인들은 973억원의 순매수를 보이며 상승장을 이끌었고, 개인도 666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1984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주가 상승은 위기에 내몰린 AIG에 대한 구제금융 요청이 받아들여졌다는 소식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미국 정부는 결국 위기상황에 빠진 금융시장의 충격을 차단하기 위해 850억달러의 긴급유동성을 공급키로 했다.
이에 따라 혼란에 빠진 금융시장이 상당폭 진정세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지수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리스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날 하락폭이 아시아 주요시장 보다 상대적으로 컸던 만큼 기술적 반등의 성격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외환시장에서 CRS가 하락하고 있어 CRS-IRS의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양상”이라며 “이는 앞으로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 확대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AIG에 대한 자금지원 이외에도 미국 뿐만 아니라 영국의 모기지 업체 부실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며, 금융시장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가운데 이머징마켓의 대표격인 중국 시장 역시 리먼브러더스 파산신청과 메릴린치의 매각에 따른 후폭풍의 타격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심 팀장은 “리먼을 포기하고 메릴린치와 AIG는 구제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추가적인 금융기관의 부실리스크는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증시 주변상황이 단기적으로 안정세를 취하는 듯 보이지만 미국의 경기선행지수와 주택관련지표 발표가 남아 있어 아직 잔존리스크가 해소까지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