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미국 4위 투자은행(IB)인 리먼 지분 25%를 민간 은행과 공동으로 인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민유성 산업은행장이 직접 나서 “리먼 지분 인수를 위해 민간 은행과 공동으로 인수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며, 리먼 인수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시중은행들은 ‘투자 리스크’, ‘주가 악영향’ 등을 고려해 “우리와는 무관하다”며 인수 참여설을 부인하고 있고, 전광우 금융위원장도 “국책은행인 산은이 위험이 큰 은행 인수에 뛰어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한 바 있다.
여기에 금융위 안팎에서는 “아들(산업은행)이 국내결혼도 아니고 국제결혼(리먼 인수)을 하는데, 아버지(정부)의 허락 없이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산은은 이런 반응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산은 내부에서는 “금융위가 ‘산업은행은 민영화에 대비해 투자금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더니 이제 와서…”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산은은 세계적인 금융회사인 리먼을 인수하면 선진 금융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해외 IB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은의 이런 주장에 대해 금융권 일부에서는 동감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위 등의 반대로 산은의 리먼 인수까지는 갈길이 험난하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산은이지만 정부의 그림자를 지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부는 민영화를 대비하고 있는 산은의 발목을 잡는 일을 당분간 자제할 필요가 있다. 해외 금융시장에서 “산은은 아직도 정부의 입김이 강하다”는 말이 나올수록, 산은의 운신의 폭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