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신용카드를 이용한 국내 소비는 올 들어 20%대의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 카드 누적결제액 200조원 육박
물건을 살 때 지갑에서 현금 대신 카드를 꺼내는 사람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궁핍해지면서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혜택이 있는 카드로 결제하는 문화가 확산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현금서비스 제외)은 196조815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0.61% 급증했다.
휴가철을 맞아 7월 신용카드 결제금액이 작년 대비 22.86% 급증한 26조4천1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8월 결제금액도 18.95% 늘어난 24조7천940억원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카드 결제금액이 늘어난 1차적인 원인은 생필품 가격이 올라 명목 사용금액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같은 달에 비해 5.6% 상승했고 식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생활물가지수는 6.6% 올랐다.
카드 결제범위가 확대되고 소액결제가 급증한 것도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에 한몫했다.
카드결제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비씨카드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1만원 이상 소액결제는 1억3161만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46.3% 급증했고 전체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6.7%에서 19.4%로 늘었다.
학원 등 현금결제가 많았던 업종의 신용카드 매출건수도 크게 늘었다. 전체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학원비 결제건수는 2150만건으로 작년 동기 대비 67% 급증했고 서적문구는 3450만건으로 34%, 자동차정비가 2540만건으로 40% 각각 늘었다.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와 포인트 적립 등 각종 혜택을 제시하면서 고객 확보 경쟁을 벌인 것도 결제금액 급증에 기여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올 들어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궁핍해지면서 웬만하면 할인 및 포인트 적립 혜택이 있는 카드로 결제하는 문화가 확산됐다”고 설명했다.
◆ “일단 긁자” 경기침체, 카드소비 급증 ‘위험’
하지만 전문가들은 카드 사용액 증가가 카드사 주가를 끌어올릴 확실한 모멘텀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드 사용액이 늘어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물가 상승 때문”이라며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실질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카드 사용액이 증가하면 이는 오히려 카드사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둔화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실질 소득 대비 카드 사용액의 증가는 결국 연체와 미상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카드사에게 부담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성병수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도 “사용액 증가 자체는 호재”라면서도 “아직 경기 둔화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에 카드사 입장에서 사용액이 증가한 만큼 대손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카드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도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최근 카드사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속해왔다”며 “그 결과 카드 사용범위가 늘긴 했지만, 과도한 마케팅 비용은 카드사 마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금리 인상 분위기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성 연구원은 “카드 사용액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조달금리가 올라가면 마진이 줄어들기 마련”이라며 “이러한 점을 감안했을 때 카드 사용액 증가를 무조건 호재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해석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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