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따라 최근 세계적으로 공매도에 대한 규제 강화 추세와 함께 코스피지수가 1500선 밑으로 내려 앉는 등 시장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나온 감독당국의 행보에 대한 시선도 쏠리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올 들어 체결된 공매도 주문을 분석한 결과 공매도의 상당수가 매도주문 당시 차입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거나, 공매도 자체를 표시하지 않은 채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들어 7월까지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체결된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매도거래(55만건, 194조원) 중 약 10조원이 공매도 규정위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총 공매도 규모가 26조원 수준으로 추산한다면 전체 공매도 거래중 38%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공매도 제한 여론에 무게
공매도란 주식을 빌린 뒤 처분하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되사서 갚아 차익을 얻는 거래다.
이에 따라 하락장이 예상될 때 이같은 매매기법이 사용된다.
올들어 글로벌 주식시장의 하락장이 지속되자 해외시장에서도 이같은 공매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약세장에서 공매도 수요가 증가하면서 지수의 낙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부실 영향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에도 지난달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나서 일부 금융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 비상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에서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아시아내에서 공매도를 활발하게 하는 외국인 헤지펀드 매니저들에게도 심리적인 위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최근 장기간 하락장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매도물량에 변동성이 확대됐던 국내 시장에서도 공매도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당국이 공매도에 대한 검사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하루 평균 공매도액은 지난해 8월 1106억원에서 올해 8월 204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금감원은 공매도 규정위반 가능성이 있는 45개 증권사 및 4개 주식보관은행에 대해 26일부터 내달 19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규정 위반 여부 등을 검사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달 15일부터 증권예탁원 및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공매도 주문수탁 영업의 적정성 등에 대한 현장점검과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상당수 위반 혐의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매도 규정위반 혐의가 있는 10조원을 외국인과 국내 기관별로 집계해 보지 않았지만 대략 90% 정도가 외국인들의 거래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매도 규정 위반 행위가 지속되는 증권사에 대해서는 현장검사로 전환, 검사 강도를 강화키로 했다.
또한 현행 규정은 적격 기관투자가에 대한 증권사의 사전 결제가능 여부 확인여부를 면제함으로써 공매도 위반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해 문제점을 개선한다는 입장이다.
◆ 대형 IT·조선·중공업주 몰려
무엇보다 공매도 규정을 위반한 종목에는 올들어 외국인들의 시세조종설 등의 루머에 시달렸던 조선업종 대형주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공매도가 전체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처럼 크지 않아 규제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공매도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현재 국내에서 공매도 규제와 관련된 규정은 증권선물거래소 업무규정을 통해 규제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보유하지 않은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고, 공매도 호가의 가격제한도 규정해 차입한 증권으로 매도를 하는 경우에는 차익거래를 제외하곤 직전의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호가할 수 없다.
또한 내년 시행될 자본시장통합법상에서도 원칙적인 공매도 제한이 이뤄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는 순수한 공매도를 허용하지 않고 차입후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어 신용거래 및 대차거래 활성화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공매도가 결제불이행과 시세조정의 수단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가격결정의 효율성과 수급불균형의 조절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라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같은 배경을 고려할 때, 직접적인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하나대투증권 양경식 부장은 “공매도 제한은 최근 급락에 따른 단기적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시장의 방향성 전체를 바꿀 순 없다”며 “오히려 시장 규제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외국인들의 대대적인 매도공세 속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부분이 적지 않고, 국내 기관과 개인들이 소외된 상황에서의 공매도가 지수 낙폭을 키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모습이다.
또 공매도 거래의 80% 가량을 헤지펀드 등 외국인이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특정 종목의 투자비중을 축소 등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없지 않지만 현재의 투명성과 정보만으로 이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대차거래와 관련된 보다 투명한 시장정보의 공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배동호 기자 dhb@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