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환銀 매각, ‘안개 속으로’
외환은행의 매각작업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법원이 지난 24일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검찰의 상고여부 등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사법적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라며 “이를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제반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며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계속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당분간 외환은행 매각 절차는 계속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가 없고, 매각 절차가 장기화되면 론스타와 HSBC간 외환은행 매각 계약이 파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들어 HSBC는 한국정부가 외환은행 매매계약을 조기에 승인하지 않으면 외환은행 인수를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HSBC가 한국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철회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일부에서는 “외환흔행 매각이 장기화되고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 HSBC가 계약파기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원은 “금융위의 매각 승인 유보 입장이 나오면서, HSBC와 론스타간 계약은 파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HSBC는 물론 론스타도 매각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계속 기존 계약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 불확실성이 ‘블록세일’ 부추겨
이처럼 HSBC와 론스타간 외환은행 매매계약이 파기될 경우, 외환은행 지분 매각의 ‘블록세일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업계 등을 중심으로 론스타의 지분 블록세일 가능성을 놓고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다.
CJ투자증권 심규선 연구원은 “HSBC는 지난 4월말까지의 기한을 7월말까지 한차례 연장한 바 있으며, 7월 1일~7일 사이의 해지가능기한에 파기결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현 상황을 고려하면 론스타가 현재의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며 빠른 시간내에 블록세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연구원도 “계약이 파기된다면 론스타는 블록세일 형태로 지분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며 “론스타가 또 다른 원매자를 찾아도 정부의 매각 승인이 전제돼야 하는데 여전히 일정이 불확실하고, 경기 위축으로 인한 은행 수익성 악화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또 “론스타는 이미 지난해 6월 13.6%에 대한 지분을 주당 1만3600원에 블록형태로 매각한 적이 있으며, 지금 보유하고 있는 지분 51%를 전량 매각한다면,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민은행을 포함한 하나금융과 농협 등 다른 국내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블록세일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고, 지분 재매각을 염두에 둔 다수의 투자자도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이 ‘블록세일’을 할 경우, 금융권에서는 금감위 승인이 필요 없는 10%미만 범위에서 지분매각과 인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경영권 프리미엄의 ‘유혹’
이에 반해 ‘블록세일’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홍진표 연구원은 “론스타가 펀드 투자자들에게 빠른 시일내에 투자금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없는 이상 대법원 판결 이후 HSBC 또는 제 3자에게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에 지분을 매각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같이 추정한 이유로 ‘고등법원의 판결 내용을 대법원에서 변경된 경우가 지난해 통계 기준5% 미만’이라는 점, ‘대법원 판결에 소요되는 기간이 4개월 정도지만, 보수적으로 1년이라고 가정하더라도, 1년을 기다려 약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에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블록세일로 매각하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점을 들었다.
홍 연구원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30%로 본 근거에 대해 “론스타가 HSBC에게 주당 1만8200원(환율 995.28기준)에 지분 51.02%를 매각하기로 합의했는데, 24일 기준 외환은행 주가가 1만4100원에 거래돼 론스타의 지분 매각가격이 현주가보다 29.1%높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최정욱 연구원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보유지분율은 약 51%로 금액으로 약 4.6조원에 달해, 한번에 해소하기 쉽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분할 매각한다면 주가는 계속적인 물량부담에 대한 우려로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 론스타의 투자자금 회수액이 예상보다 더 적어질 여지가 높다”며 분할매각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그는 “여러 번에 걸쳐 분할 매각한다고 해도 완전 매각하는 데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이에 론스타 입장에서는 외환은행 매각 승인 여부에 대한 정부의 자세와 연말로 예정돼 있는 헐값매각 사건에 대한 재판과정을 지켜보면서 조심스레 제2의 인수 후보자를 물색해 접촉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연구원은 “국민은행, 하나금융 등 외환은행 인수를 희망하는 국내 은행들에게 분할매각은 반길만한 일이 아니다”며 “분할매각이 이뤄지는 경우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외환은행 지분을 취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 과정에서 향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지분 추가 인수를 위한 비용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론스타-HSBC 매매계약 파기시’, 외환은행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는 국민은행, 하나금융, 농협 등은 다소 관망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여러차례 외환은행 인수에 강한 의지를 밝혀왔던 국민은행측은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블록세일’ 등 현재 인수와 관련해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전략을 세우기가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고, 하나금융도 계약 파기시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방침만 세워 놓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농협측은 “과거보다 인수가격이 두배 이상 뛰는 등 외환은행의 덩치가 커졌다. 인수할 만한 여력이 충분치 않다”며 외환은행 인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