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슬람금융, 이자수수 금지
‘이슬람금융’은 이슬람율법인 ‘샤리아’에서 정해진 사회·경제적 제약 조건에 따라 자금의 조달 및 운용이 이뤄지는 금융이다. 주로 중동 및 동남아시아(말레이시아, 바레인)에서 이슬람법에 설립된 이슬람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슬람금융의 특징은 이자수수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자 대신 자산을 매개로 자산수익이나 자산이용료 등을 지급하며, 자금중개의 각 단계가 이슬람 교리에 부합되는지 여부를 심사하는 샤리아 위원회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이런 규정 때문에 국내외 금융회사들은 이슬람금융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유가상승 등으로 인한 ‘오일머니’규모가 증가하고 최근 수쿠크발행 시장이 활기를 띄면서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이슬람금융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즉 새로운 자금조달창구로 수쿠크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도 수쿠크 발행규모가 340억 달러를 돌파했고, 발행잔액이 6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또 수쿠크를 발행하는 나라들도 확산되고 있다. 전세계 수쿠크 대부분은 말레이시아와 아랍에미레이트(UAE), 사우디아리비아 등에서 발행됐지만, 최근 들어 바레인, 쿠웨이트,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로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이슬람국가 이외의 국가들도 자금 조달의 다양화를 위해 수쿠크 발행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국 등 유럽에서는 이슬람람금융이 도시개발과 석유사업을 위한 자금조달에 이용되고 있다”며 “이슬람국가외의 다른 국가에서도 중동지역 대규모 플랜트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쿠크 등 이슬람금융을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슬람채권 상품, 다양화
이와 함께 수쿠크의 상품의 구조도 다양화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슬람 채권시장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그동안 수쿠크의 대부분은 부동산 개발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스 등의 실물기초자산을 담보로 하는 이쟈라(리스금융)와 무샤라카(출자금융)로 구성됐다”며 “하지만 최근 무라바하(상품매매), 이스티스나(생산자금융), 살람(선지급·후인도) 등의 상품도 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02년까지만 하더라도 수쿠크 발행의 85%가 미 달러화로 표시됐으나 이후 말레이시아 링기트화, UAE 다람화, 사우디아리비아 리얄화 표시 수쿠크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2007년 미 달러화 비중은 41.8%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특히 “중동 및 이슬람권 국가들이 규제완화, 제도개선, 국제화 등을 통해 수쿠크를 포함한 이슬람 금융시장의 발전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과거 수쿠크 발행은 정부 또는 정부기관에 집중됐지만 최근 기업 및 금융기관들도 일반채권을 대체할 수 있는 자금조달창구로서 수쿠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 이슬람금융 진출, 미미
이같이 이슬람금융이‘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최근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이슬람 금융과 본격적인 교류에 나서고 있다. 우선 금감원은 내년 1월 13일부터 서울에서 이슬람금융관련 국제감독기구인 이슬람금융서비스위원회(IFSB)와 공동으로 이슬람금융 세미나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이슬람금융서비스위원회는 이슬람금융관련 규제와 감독을 주목적으로 말레이시아 쿠알라 룸푸르에 설립된 국제감독기구로서 34개 금융감독당국 및 중앙은행과 IMF, World Bank, BIS, ADB 등 4개 주요 국제기구를 포함해 총 164개 기관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이슬람금융산업 현황, 수쿠크 시장 동향 및 발행 요건, 이슬람금융 관련 주요 감독 현안, 이슬람금융 도입을 위한 준비사항 및 한국의 과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내년 세미나를 통해 국내 금융회사와 이슬람권 금융 회사의 교류 및 제휴 확대를 지원함으로써 이슬람채권 발행, 이슬람 펀드의 국내 투자 확대 등 이슬람권 국가의 오일머니 유치 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도 업무제휴 및 사무소 진출 등을 통해 교두보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슬람금융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국내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진출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6월경 말레이시아 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이고, 또 이슬람 거점 지역인 두바이에도 올 하반기중 사무소를 개설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 이슬람금융을 이해하기 위해 ‘이슬람금융연구회’를 은행권 처음으로 발족한 바 있다. 이밖에 대우증권은 지난 2월 말레이시아 1위 투자은행 CIMB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고 10억 달러 규모 사모펀드도 설립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 이슬람시장에 대한 진출이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슬람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법적 문제 해결과 인력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수쿠크 시장 참여 등을 위해 “실물자산 동반을 요구하는 수쿠크 특성상 금융회사의 실물자산 보유와 이중과세, 회계처리 등 법적 문제가 해결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 수쿠크 활용에 따른 운용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이슬람 금융전문인력의 확보가 필수적이나 우리나라의 경우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FSB연구소 김동휘 연구원도 “수쿠크는 낮은 조달 비용과 네트워크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차입자의 신용도에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이자 지급시기를 채권 만기로 한정해야 하며 만기 전에 매매하기 어렵고, 반드시 실물자산이 동반돼야 하는 제약 등 다양한 투자상품으로 발전하는데 어려운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하성 기자 haha7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