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니즈 반영 상품구성 지원 마련되야
최근 투자자들의 니즈나 아이디어를 대폭 수용한 펀드출시가 가시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통상 그동안 출시됐던 운용사들의 상품들이 투자자들의 니즈를 반영하기 보다는, 판매사들의 니즈나 혹은 협약을 통해 출시됐다면 이제는 투자자들의 아이디어나 니즈를 타진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는 것. 예컨대 투자자들의 아이디어를 상품 구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23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기존에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상품이 구성된 사모형펀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상품들이 공모형으로 속속 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의 의견과 니즈를 반영해 만든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당초 사모형으로 출시됐으나 공모형으로 전환된 한국운용의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펀드’시리즈가 대표적.
특히 올 들어 삼성투신운용은 투자자들의 아이디어와 니즈를 반영한 상품들을 출시하고 성과면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실제 지난 달 3일 출시한 ‘삼성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펀드’는 투자자들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글로벌 사모 IB펀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상품으로, 설정 이후 5.09%를 기록중이다.
이 상품은 서브프라임의 진원지인 미국의 대표적 IB은행인 씨티그룹, JP모간과 독일 도이치뱅크, 스위스의 크레딧스위스 등 선진 금융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와 더불어 삼성투신은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부각중인 ETF(상장지수펀드)에도 투자자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설문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설문조사에 포함되는 ETF는 증권, 조선, 유통, 건설, 의약, 보험, 통신 등 맞춤형 섹터지수 및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해외지수와 에너지, 원자재, 농산물 ETF 등으로 평소 고객들의 출시 요구가 많았던 종목들이 대부분.
현재 국내에는 KOSPI200 등 국내 시장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 6개, China H 등 해외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해외 ETF 2개, 자동차, 반도체, IT 등 업종 지수 ETF 8개, 대형가치, 대형성장 등 스타일 ETF 8개 등 총 24개의 ETF가 상장돼 있다.
삼성투신 상품개발팀 김진형 팀장은 “기존 출시됐던 펀드상품들은 운용사가 판매사와의 협의를 통해 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서 원하는 상품을 만든다는 취지에서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하게 됐고, 고객 호응이 좋을 경우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처럼 각 운용사들이 고객들의 니즈를 찾아 상품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국투자자교육재단 김일선 상무는 “과거 운용사들이 판매자 중심 사고에서 투자자 중심의 사고로 전환해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반영한 상품들의 출시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실제 이미 외국에서는 고객들의 투자성향을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제공하는 일이 대중적으로 인식돼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처럼 운용사들이 고객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해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만 집중해 상품 본질의 의미가 자칫 희석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A자산운용사 상품개발 담당자는 “고객 참여나 아이디어를 통해 펀드를 설계한다는 의도는 세일즈 마케팅과 운용사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상품 자체의 실질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좀 더 명확하고 체계적인 검증 모델이나 툴이 있어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아 기자 ka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