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진단서 발급비가 통일되지 않았고, 사업비 부담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제도 도입이 힘들다는 것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생보업계에서는 계약자가 보험금 청구시 필요한 진단서 발급비용을 생보사들이 대신 부담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진단서 발급 비용 부담은 다이이치(第一)생명이 2007년 6월 일본 생보업계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를 시작으로 오릭스생명이 2007년 8월, 외국계의 지브럴타생명이 2008년 1월부터 시작했으며 이후, 니혼(日本)생명, 터이요오(太陽)생명, 아사히(朝日)생명, 푸르덴셜생명 등 일본 생명보험업계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일본 생보사들이 부담하는 진단서 발급비용은 약 5000엔(약 4만8000원)정도다.
그러나 전체 진단서 발급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자가 보험금 청구를 위해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 받았으나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유에 해당할 경우에 진단서 발급비용을 대신 부담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시작한 다이이치(第一)생명의 경우 지난해 6월부터 금년 2월까지 6,353건, 3177만엔(약 3억700만원)의 진단서 발급비용을 부담했다.
일본 생보사들이 진단서 발급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보험계약자의 보험금 청구시 부담을 경감함으로써 보험금 지급 누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이처럼 일본 생명보험업계의 진단서 발급비용 부담 제도가 확산되면서 국내 생보사들의 도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보험업계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보험금이 지급될 경우에는 그 부담이 보상될 수 있으나,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 진단서 발급 비용은 보상받지 못해 청구가 소액이거나 보험금 지급 가능성이 애매한 경우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생보업계에 제도 도입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각 생보사들이 진단서 발급비용을 부담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 보험사들은 입원이나 수술에 따른 보험금 청구는 수술 확인서나 진료비 계산서만 제출해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발급비용이 높은 진단서를 제출하는 사례가 적어져 비용을 보험사가 부담해야 하는 필요성이 적다는 것.
생보업계 관계자는 “4월부터 보험금 지급 설명제 시행으로 인해 보험금 청구시 발생하는 부담이 줄어들었다”라며 “일본 생보사들의 제도도 좋기는 하지만 국내 실정에는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제도를 벤치마킹해 국내 실정에 맞게 손질한 뒤 도입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며 “그러나 사업비 부담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사항은 아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도 보험업계와 비슷한 생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일본도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점이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라며 “특히 국내의 경우 진단서 발급비용이 병·의원별로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보험사가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 ha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