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 관계자에 의하면 지난 2월 11일 금융감독원이 7개 시중은행에게 전자거래금융 거래기록 강화를 권고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현재 각 은행들은 동 권고안을 충족할 수 있는 통합 로그분석 시스템 구축에 분주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공문을 통해 전 시중은행에 네트워크 카드 고유값(MAC address)과 HDD 시리얼 번호를 추적할 수 있는 통합 로그시스템을 갖추도록 권고했다. 이에 우리은행은 현재 동 시스템 구축을 위한 성능평가를 진행하는 과정이며, 산업ㆍ외환ㆍ대구ㆍ신한은행 등이 통합로그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금융거래 기록의 정확도 향상
통합 로그분석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시도는 금융기관이 보다 안전한 인터넷뱅킹 환경을 제공하기 위함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동 시스템을 준비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악의적인 의도로 접근한 불법적인 금융거래의 시도를 근절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이미 발생한 금융사고에 대항할 수 있는 법적인 자료를 준비하기 위함에 더 큰 목적이 있다.
현 전자금융거래법에 의하면 금융사고 발생으로 인한 고객의 피해를 금융기관이 책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차례 발생한 현금 무단인출 사태를 빗대볼 때, 각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규명할 능력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선 네트워크 카드 고유값(이하 맥 어드레스)이란 각각의 PC마다 하나씩 부여되는 고유번호로 모든 PC가 서로 다른 번호를 갖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현재까지는 이 고유번호를 수정하거나 변조할 수 있는 기술력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HDD 시리얼 번호 역시 HDD를 생산하는 제조과정에서 각각의 제품마다 서로 다른 번호가 부여된다는 점에서 맥 어드레스와 유사한 특징이 있다.
현재 시중은행들이 운영하는 로그 시스템은 고객의 계좌에 무단으로 접속한 해커의 IP를 추적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불법적으로 접속한 해당 IP가 진짜인지 여부를 알 수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 바로 IP를 변조할 수 있는 상용프로그램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객의 계좌에 불법적으로 접근한 IP가 해커의 실제 IP라고 해도 해당 해커의 불법행위를 증명해 내는 것은 또 다른 법적공방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를 증명해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맥 어드레스와 HDD 시리얼 번호를 추적할 수 있는 로그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불법적인 해킹을 시도하게 되면 해커의 PC를 추적할 수 있게 되고, 이 과정에서 해당 PC의 실소유 여부를 확인하면 해킹을 시도한 행위를 증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 시스템을 갖추라는 금감원의 권고안은 강제성이 없는 것이지만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은행 스스로가 도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통합 로그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보안 시스템의 무결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현 시점에서는 기존 보안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충분한 보완책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자동분석 툴 성능 보완이 시급
통합 로그분석 시스템은 전자금융거래 과정의 기록을 구체화 할 수 있다는 데서 긍적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동 시스템 역시 100%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우선 동 로그 시스템은 이미 발생한 금융거래에 대한 기록을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해킹이 발생한 이후에야 단순한 사고인지 해킹인지 여부를 판명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맥 어드레스와 HDD 시리얼 번호의 추적에 성공했다 해도 해커가 매번 새로운 장비를 구매한 후 위치를 이동해 해킹을 재시도한다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미 선보인 상당수의 상용 로그분석 툴은 단순히 거래기록을 좀 더 정확히 수집하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실제 현업에서 해킹과 같은 범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거래과정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분석기술이 보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분석된 정보를 가공해서 신속하게 관리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동화 기능을 현재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라며 “불법적인 접근을 시도하는 IP와 맥어드레스 등의 정보를 각 금융기관끼리 공유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규 기자 ngkim@fntimes.com